대체로 좋으면 좋은 것이다

새글 에세이

by 새글

대체로 좋으면 좋은 것이다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 안정적이다. 단조롭지만 굴곡진 변화가 없는 것이 좋다. 어떻게 될지 긴장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생활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다. 더 잘하려 할 필요가 없었으면 한다. 더 잘되려 갖은 애를 쓰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하루가 하루의 시간만으로 충만하고 지나간 시간이나 다가올 시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보험을 들어놓는 것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래는 항상 걱정이다. 미래가 희망인 나이를 한참 넘겼다. 살아온 시간이 늘어날수록 안정감보다는 걱정이 매사 앞선다. 건강에 자신이 없어지고 든든하게 준비하지 못한 노후가 불안하다. 오래전에 들어놓은 건강보험은 현실과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갱신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 집행이 필요하다. 몇 개 되지 않는 연금보험으로는 백세시대의 기대에 부응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추가로 연금계좌를 개설하기엔 경제력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현상태에 맞추고 씀의 폭을 줄이는 것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열심히 젊은 날을 살아냈지만 지나고 나니 나에게 충분히 잘해주며 살아온 것 같지가 않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부양하기 위해 바빴고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욕이 나에게 소홀하게 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스스로의 부양과 자아의 발견이었을 텐데, 부가적인 삶을 주된 삶으로 착각했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원초적인 진리를 지키기가 겸연쩍었나 보다.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도 쓸모없는 욕심을 채우지 못했음을 알겠다. 욕심은 채울수록 용량을 키운다. 조금만 더, 이만큼만 더. 가짐을 키우려 노력한 시간은 이미 충분히 살았다. 가지려 할수록 갖지 못한 것이 늘어나는 시간이었다. 이제부터는 가진 것들을 줄여가며 살아야 하는 시간이 남았다. 밖으로 확장시켰던 관심을 걷워들여야 한다. 사람이 재산이고 재능이라는 잘못된 착오에서 넓혀 놓기만 했던 관계의 폭을 줄여야 한다. 관계는 넓고 얕은 것보다 좁고 깊은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내가 만족하는 관계, 나를 만족시켜 주는 관계는 유지하고 나를 성가시게 하거나 나에게 불편을 주는 관계는 정리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보약이다. 그동안에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 얄팍한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면 큰 짐으로 나를 짓누르게 될 것이다. 나를 이롭게 하는 관계가 관계의 대상도 이롭게 하리란 법칙을 신봉하도록 하자.


대체로 좋으면 좋은 것이다. 원하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좋음이란 맞이하기 힘들다. 잠에서 깨고 잠들 때까지 하는 일도 생각도 항상 비슷비슷하기를 바란다. 예상하는 범위에서 살고 예상된 결과를 받아들이는 편안한 일상이 남은 날들의 일생이 되면 좋겠다. 이제부터는 이런 대단하지 않은 삶이 지고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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