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고 일어나는 갈대에게

새글 에세이

by 새글

쓰러지고 일어나는 갈대에게


제법 세찬 비가 그친 후의 수변공원은 공기 중에 떠도는 물기로 끈적거린다. 밤새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람도 한몫을 단단히 했나 보다. 산책로와 강 사이를 장벽처럼 막아서 있던 갈대가 듬성듬성 쓰러져 있다. 평균적인 사람들의 키를 훌쩍 넘겨 줄기를 하늘로 밀어 올리고 있던 갈대의 위용이 낮아져 있는 모양새가 파격적인 아침이다. 쓰러져 바닥을 향해 있는 갈대는 대부분 주변 다른 갈대에 비해 몸집이 두껍고 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무리 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6월의 폭염주의보가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내린 비로 잠시 후퇴를 했다. 피부에 앉는 공기의 온도가 서늘하다. 그러나 이런 잠시의 평온함은 아침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치열한 정세에 밀리고 말 것이다. 이웃 나라의 오염수 해양 방출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한쪽으로 치중한 외교는 불장난이라는 반대쪽 바다를 건너온 비난이 국가의 온도를 더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수능을 5개월여 앞둔 수험생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한마디에 내부에서의 온도는 더 상승을 하고 말았다. 6월의 이른 폭염경보가 무색할 정도다. 한반도 남쪽지역은 식지 않는 용광로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삶의 속도와 온도에 직접적으로 개입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는 평균의 삶을 지향하지만 지양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쓰러진 갈대는 햇볕을 받으면 주위의 평균적인 갈대의 몸을 옆으로 밀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다른 갈대에 비해 앞선 성장은 이미 뿌리까지도 강인한 힘을 비교우위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부탁하고 싶다. 다시 일어나 몸집을 키우고 견고히 자리를 지켜도 좋으니 평균에 있는 주변 갈대의 가엾음을 무시하지 않기를. 갈댓잎을 서로 부딪칠 수 있도록 공간을 허용해 주고 햇살을 공유하는 어우름의 포용심을 가져주기를.

keyword
이전 03화더도 말고 덜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