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님, 유감입니다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남편님, 유감입니다


"첨엔 무조건 내편이었는데 요샌 남편이 됐네요. 유감입니다."

불쑥 나를 남의 편으로 갈라놓는다.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항의를 하는 순간 싸움으로 번질까 두려워

어벙벙히 대꾸할 말을 찾다가 한소리 더 듣는다.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남편 맞네. 배신자 같으니라고."

말을 받아쳐도,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결과이리란 건

뻔히 알고 있지만 억울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음식 잘하고, 청소 잘하고, 손이 빨라 집안일을 시원하게 잘하고,

갈아입을 옷가지도 제때 잘 챙겨줘 외출 고민을 없애 준다고

나무랄 데가 없는데 다만 서두르다 깨고, 엎고, 다치는 일이 빈번해서

걱정이라는 자랑질을 너스레처럼 지인들의 부부동반 자리에서

주렁주렁 늘어놓았더니 칭찬만 할 줄 알았는데,

데가 뭐냐고, 데 이후가 섭섭하단다.

말끝을 다로 끝내야지 데로 이어가면 안 된단다.

고맙고, 사랑스럽고, 예뻐서 자랑을 하고 싶었다고,

사람들 눈치 보여서 흠도 살짝 드러낸 것이라고,

담엔 안 그러겠다고, 나는 네편이어서 행복하다고,

고의 이유를 연발하며 두 손바닥을 단단히 모은채 사정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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