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님, 유감입니다
"첨엔 무조건 내편이었는데 요샌 남편이 됐네요. 유감입니다."
불쑥 나를 남의 편으로 갈라놓는다.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항의를 하는 순간 싸움으로 번질까 두려워
어벙벙히 대꾸할 말을 찾다가 한소리 더 듣는다.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남편 맞네. 배신자 같으니라고."
말을 받아쳐도,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결과이리란 건
뻔히 알고 있지만 억울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음식 잘하고, 청소 잘하고, 손이 빨라 집안일을 시원하게 잘하고,
갈아입을 옷가지도 제때 잘 챙겨줘 외출 고민을 없애 준다고
나무랄 데가 없는데 다만 서두르다 깨고, 엎고, 다치는 일이 빈번해서
걱정이라는 자랑질을 너스레처럼 지인들의 부부동반 자리에서
주렁주렁 늘어놓았더니 칭찬만 할 줄 알았는데,
데가 뭐냐고, 데 이후가 섭섭하단다.
말끝을 다로 끝내야지 데로 이어가면 안 된단다.
고맙고, 사랑스럽고, 예뻐서 자랑을 하고 싶었다고,
사람들 눈치 보여서 흠도 살짝 드러낸 것이라고,
담엔 안 그러겠다고, 나는 네편이어서 행복하다고,
고의 이유를 연발하며 두 손바닥을 단단히 모은채 사정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