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황혼을 보는 시선
해 질 무렵 검붉게 하늘 모서리를 점령하는 노을을 일부러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황혼의 아름다움에 취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일종의 딜레마였습니다. 서편을 향해 몸체를 숨기는 태양처럼 나의 젊음도 시뻘건 노을을 만들어내며 다 타버릴 것만 같은 안타까움에 취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하고 싶은 과제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미쳐 못 이루고 남겨둔 열정이 식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에 흠뻑 젖다가 우산을 접고 바라본 노을이 갠 하늘을 밝히고 있는 장관은 눈의 개안을 재촉해 왔습니다. 해가 뜨기 전 여명이 가장 밝게 사람의 가슴을 비추듯 해 지기 전 노을이 삶의 여정을 지속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어둠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태양빛에 물들어 최대한 낮게 내려오는 하늘은 내일로 가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간이역입니다. 휴식이 없이 줄곧 길 위를 걸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짙어지는 어둠을 불러오는 황혼이 멈춰 서서 왔던 여로를 돌아보며 잘 가고 있는지 방향을 가늠하라고 합니다. 살아낸 하루와 살아야 할 하루를 연결하는 메신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황혼이 진할수록 살아온 하루가 치열했다는 다독임으로 알겠습니다. 밤이 오기 전 원함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은 부질없다고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내일로 가져가야 쓸모없는 허전함을 달래주는 전령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