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혼자 마시며 창틀에 기대고 있는 밤은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소주를 혼자 마시며 창틀에 기대고 있는 밤은


가슴에 밝힌 나트륨등이 어두워지지 않아서 비가 오고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자음자작은 꽤나 오래된 습관이다. 잔만 들었다 놨다 팔운동을 하고 있다고 타박하는 이가 없어서 한가롭다. 술맛을 느끼기도 전에 취기가 올라오는 성급한 대작이 아니어서 좋다. 자작하게 따라놓은 술잔에 입술을 적시기만 하는 자작의 느림이 시간을 정지시킨다. 빗방울이 닿아 땅거죽이 젖는 것처럼 술기운이 슬로우로 몸속을 적신다. 안주 없는 맨술은 속을 버린다고 인덕션을 달구는 주방이 부산하다. 기름을 두른 냄비가 가열되고 있는 소리가 이미 최고의 안주거리다. 비가 동반하고 온 선들바람이 창틀을 훑고 지나간다. 어둠은 아직 짙어질 기미가 없다. 물방울이 맺힌 새시가 금세 그칠 비가 아니라고 일러줄 뿐이다. 비어버린 술병을 들어 올리며 안주대신 한 병을 추가로 요청을 하고도 태연자약이다. 과음하는 것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창 너머의 상황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밤이 깊어져야 술판을 접을 기세를 보여준다. 번거로운 약속을 물리고 일찍 귀가한 날에 혼자 마시는 소주맛이 맹물처럼 염치가 없다. 이렇게 눈치 보지 않고 살아도 지탄받지 않을 삶을 위해 연달아 건배를 한다. 자화자찬으로 달궈진 분위기에 취해 밤비를 소주잔에 채워 마시며 얼굴 대신 가슴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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