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총각김치볶음밥
어느날 연희가 귀 바로 밑 길이의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왔다
연희는 이장님 막내딸로 항상 긴머리를 한 번 묶고 다녔다. 매일 같은 머리여서 연희하면 긴머리가 떠올랐다. 또한 연희는 말이 없었고 늘 웃는 얼굴이었다.
친구들은 “머리잘랐어?”하며 말을 걸었다. 말이 없는 연희는 그냥 웃었다
교회 1층에 선교원 선생님은 아가씨였고 늘 예쁜 치마를 입고 다니셨다. 우리 동네에 아가씨는 유일해 보였다
동네 아줌마들과 다르게 늘 치마를 입는 모습이 예뻐서 나는 자주 선교원에 놀러가곤 했다
선교원 선생님은 솜씨도 좋아서 그림도 잘 그리고 만들기도 잘했다
선교원 선생님은 우리반 연희네 집에 살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엄마랑 연희네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교원 선생님이 머리를 잘라준다기에 맡겼는데 어깨 정도로 머리를 자르고 나니까 왼쪽이 더 짧은 거에요. 그래서 다시 오른쪽을 조금 잘랐더니 오른쪽이 짧은거에요. 그래서 다시 왼쪽을 잘랐더니 또 왼쪽이 너무 짧은거에요. 그래서 조금씩 잘라서 양쪽을 맞추다가 저렇게 머리가 짧아졌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연희의 웃음이 이해가 되었다.
민정이가 ”연지네 놀러가자“하고 말했다. "가도 된대?"하고 물으니 "그럼"하고 말했다.
연지네 집은 소를 키우고 있었다. 연지네 아빠는 어디 가신지 안계셨고 엄마는 공장에 나가신듯했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니 고개를 끄덕 하시고는 일하러 가셨다. 우리는 연지 방에 들어갔다. 연지는 ”잠깐만“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민정이랑 집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우다다다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하고 물으니 민정이가 ”쥐 소리야. 쥐들이 우르르르 뛰는 소리야. 처음 들었어?“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천장에 사는 쥐가 한두마리가 아닌듯했다. 저러다가 천장이 내려 앉아서 아래로 내려오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앉은 민정이를 보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근데 연지는 어디갔지?" "글쎄"하고 말하며 우리는 주인 없는 빈 방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장님이 방송하시는 마이크는 여기에는 없는듯했다. 나도 한 번 마이크를 잡고 얘기해보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잠시후 연지가 큰 후라이팬을 들고 왔다. ”거기 책 여기에 놔줘“하고 말한다. 연지가 든 후라이팬을 내려놓으니 김치볶음밥이 있었다. ”이거 니가 한거야?“하고 말하니 연지는 ”응“하고 말하며 웃었다. 평소에 말이 없는 연지는 잘 웃었다. 날씨가 춥지 않아도 항상 볼이 빨간게 귀여운 연지. 우리 엄마는 배추김치를 잘라서 김치볶음밥을 해주었다. 특별히 참치를 넣어서 해주시고 마지막에는 계란후라이를 얹어 주셨다. 하지만 연지의 김치볶음밥은 달랐다.
“이건 뭐야??“
“응 총각김치야. 먹어봐“
총각김치를 잘라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계란도 같이 섞어서 볶았다. 엄마가 한 것과는 다른 또다른 맛이었다. 무 씹히는 맛이 재미있었다
“우와 맛있다. 대단해. 나는 요리라곤 계란후라이밖에 못하는데.“
“맞아, 나도 라면만 끓일줄 알아“
평소 우리보다 키가 컸던 연지는 더 커 보였다. 연지는 평소처럼 아무말없이 웃었다.
“우리가 설거지 할까?“
“아냐 괜찮아”하고 말하고 연지는 다 먹은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민정이와 대문을 나오며 서로의 얼굴을 봤다. 친구집에 놀러온게 아닌거 같은 기분. 친구는 엄마처럼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중학생이 되면 이렇게 큰 기분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