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거지
“우리 오랜만에 산으로 가볼까?”
내가 말하니 민정이가 “그래”하고 말한다. 지난 초여름과 다르게 가을의 산은 나뭇가지가 많았다.
“잎이 많이 떨어졌어. 나는 나뭇잎이 떨어지면 쓸쓸하더라.”하고 말하니 민정이가 “그래?”하고 말했다. 마른 나뭇가지들을 옆으로 치우며 걸으니 바닥에 나뭇잎이 밟혔다. 나뭇잎이 쌓인 곳에서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났다.
“젖은 나뭇잎은 미끄러우니까 안 넘어지게 조심해”하고 민정이가 말해서 나는 “응”하고 말하며 발에 힘을 주었다. “이게 뭐야?” 옷에 까실한게 붙어있다. 벌레가 붙은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떼었다.
“그건 씨앗이야. 동물들 털에 붙어서 이동하는 씨앗이야.” 내가 손으로 털어내니 민정이는
“그거는 그렇게 안 떨어져. 하나씩 떼야해”하고 말하며 내 옷에 붙은 씨앗을 떼주었다. “산에 갈 때 그래서 청바지 입고 올라가기도 해. 그러면 잘 안붙거든. 청바지는 두꺼워서 벌레가 잘 안물기도 하고” 나는 시골에 멋쟁이 할아버지가 많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래서 청바지 입은 분들이 계셨나 싶었다.
“가을이면 다 끝나는 것 같잖아? 근데 이렇게 씨앗들이 만들어 지고 있었어.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거지. 열매를 맺은 후 다시 씨앗을 남기는 거야. 멋지지 않아?”하고 민정이가 말했다. 나뭇잎은 모두 떨어지지만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는 씨앗. 그렇게 생각하니 가을이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거 봐봐” 민정이는 약간 휜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기다란 것을 보여주었다 끝 부분에는 동그란 것이 안에 있는게 만져졌다. “이거는 단풍나무 씨앗이야” 민정이는 두 손바닥을 모아서 아래에 받치라고 했다. “잘 봐”민정이가 단풍나무 씨앗을 위에서 던지니 단풍나무 씨앗이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아서 내 손위에 떨어졌다. “신기하지?”나는 단풍나무 씨앗을 던져보고 받기를 반복했다. “엄마한테 보여줘야지”하며 주머니에 넣으니 민정이가 웃었다.
"이거봐봐 솔방울인데 어제 비가 왔잖아 그래서 이렇게 오므라든거야. 마르면 이게 다시 펴져. 펴진건 본 적 있지?" "어 그러네. 몰랐어" 민정이는 웃음을 보였다. "주사 맞을래?"하며 솔잎을 몇 개 꺼내서 내 팔에 놔주었다. 우리는 서로 주사를 놔주며 웃었다.
산을 거의다 내려가니 단풍잎들이 보였다. “이거봐. 단풍잎이 무슨 색인지 알아?” 나는 빨간색만 있는줄 알았다. 하지만 단풍잎은 초록색에서 물이 빠진 노란색 그리고 주황색 빨간색까지 보였다.
“바로 초록에서 빨강이 되는게 아니었구나.." 단풍잎은 어찌보면 무지개색을 담은 듯 보였다. “예쁘지? 물감으로 표현되는 색이 있는게 아니고 정말 다양한 색이 있어. 너무 예쁘지?” 햇살을 더 많이 받은 쪽이 빨갛게 변해있었다. 앞으로는 단풍잎이 변화되는 걸 눈으로 더 많이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거봐 1년 동안 변화되는 걸 지켜봐야 찰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우리 할머니가 얘기해주신거야"하고 민정이가 말했다. 우리는 예쁜 단풍잎을 몇 개 모아서 책 사이에 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