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성경학교

by 맑은희망

여름방학은 시골 아이들에겐 매우 심심한 시간이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여름성경학교는 대부분 참여한다.

3박 4일을 아이들을 봐주고 점심까지 주니 엄마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장밥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자장면은 좋아하지만 자장밥은 싫다. 그 검정색으로 감춘 뒤에 어떤 야채가 숨어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장면을 먹을때면 야채를 먹지 않고 면만 먹고 고기만 주워서 먹으면 되지만 자장밥은 어쩔 수 없이 존재를 알 수 없는 야채를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의 점심은 카레라이스, 자장밥, 볶음밥이었다. 그리고 요구르트와 단무지.

어떤 날은 아이스크림, 어떤 날은 자두가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날 밤 교회에서는 캠프화이어를 했다.

나무를 쌓아놓고 저 멀리 하늘에서 불이 날아와 나무에 불이 붙었다.

목사님은 종이를 주시고 거기에 죄를 쓰라고 하셨다.

만약 내가 종이를 던졌는데 불이 뜨거워서 가까이 던지지 못해서 바닥에 떨어진다면 내 쪽지가 불에 타지 않고 남아있어서 우리반 남자애가 그 쪽지를 읽으면 어떻게 하지?

무슨 죄를 써야하는 걸까? 결국 나는 죄를 적지 못하고 종이를 곱게 접었다.

찬송을 부르며 한명씩 앞으로 나와서 쪽지를 던졌다.

목사님이 말씀을 하시지만 한쪽귀로 빠져나갔고 나무를 타는 불을 쳐다보았다.

타닥타닥 소리가 나고 불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반복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목사님에게 달려와서 속삭였다.

우리는 모두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시끄럽다고 전화가 왔대요." 시골동네에서 처음으로 민원전화를 받은 모든 교인들은 당황했다.

이제는 캠프화이어도 사라지겠네... 하고 집사님이 말했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교회에서 잠을 자는 날이었다.

민정이와 나는 밤새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면 안돼. 잠들면 언니, 오빠들이 와서 얼굴에 낙서를 한대. 우리는 자지 말자."

"그래"하며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

"아니..."


다음날 아침, 몇 명의 동생들은 안경과 콧수염이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새벽의 아침. 우리는 모두 교회 앞마당에 나와서 체조를 했다. 그리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아침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날은 수영장에 간다고 했다. 항상 동네 냇가에서 물놀이를 했지만 이제는 근처에 생긴 수영장에 간다고 했다. 사춘기가 시작된 나는 남들앞에서 수영복 입는게 쑥스러워 안간다고 했다.

여름성경학교가 끝나고 조용해진 동네는 매미만 시끄럽게 울어댔다.



keyword
수, 목 연재
이전 23화친구집 놀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