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운 가방

by 맑은희망

계절마다 할 놀이는 왜 이리 많은지.. 이미 고무줄에 적심잡기(오징어게임류)에 땅따먹기, 멀리 뛰기 등 놀이는 너무나 다양했다. 놀이를 하려면 밥을 얼른 먹고 나와서 좋은 자리를 맡아야했다. 계절에 따라 그늘이 있는 곳이나 바닥이 젖지 않은 곳, 그리고 넓은 공터 등 조금만 늦으면 다른 학년이 독차지 했다


갑자기 친해진 친구가 점심을 늦게 먹어서 기다리다가 지쳐서 결국 다른 친구를 택하는 슬픈 일도 있었다. 그 친구는 밥을 다 먹으니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려서 같이 놀이할 수가 없었다


그 날은 또 왜 그리 신이 났는지 모르겠다. 돈까스에 재미가 들려서 신나게 하고 나니 다시 가방을 가지러 2층 교실로 올라가기가 귀찮았다. 2층 교실에 재혁이가 보였다.

“재혁아 가방 좀 던져줘“

재혁이는 2층에서 1층으로 가방을 던졌다. 책이 몇 권 들어있었는데 그게 무거웠나? 가방이 찢어져 버렸다.

어차피 중학교 가면 가방을 새로 사주실거 같은데.. 혼나지는 않겠지? 나는 물건이 떨어질까 싶어 두손으로 가방을 안고 집으로 왔다. 엄마는 한 번도 나를 혼낸 적이 없다. 엄마는 아무말없이 집에 있던 다른 가방을 주셨다.


다음날 학교에 다녀오니 엄마가 가방을 하나 내밀었다. “이것봐. 나이키야” 메이커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나이키, 아디다스는 알고 있었다. 언니가 “엄마 나도 아디다스나 나이키 하나만 사줘”하고 말해서 엄마가 며칠을 끙끙 앓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나이키는 내가 상상하던 류는 아닌 듯했다. 색감이 너무나 화려했고 겉은 반질반질했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기에 고맙다며 받았다.

다음날 학교에 가지고 가서 친구에게 “이거 나이키래”하며 보여주니 친구들도 “그래?”하는 반응 뿐이다. 며칠을 나름 새 가방이라고 메고 다녔는데 얼마후 도시락에 김치국물이 샜다. 휴지로 얼른 닦아보았지만 냄새는 빠지지 않았다. 엄마는 나름 가방을 빨고 햇빛에 말려보았지만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교과서에서도 김치 냄새가 났다. 엄마는 며칠 후 가방에 향수를 뿌렸다. 김치와 섞인 향수 냄새는 더 최악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열심히 메고 다녔고 몇 달이 지나면서 옅은 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갈 때도 그 가방과 함께했다.

keyword
수, 목 연재
이전 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