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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병원

by 맑은희망

엄마가 입원을 했다.

하혈을 많이 해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가 입원을 한다고 짐을 챙기자 경숙이는 자기도 병원에 따라간다고 했다. 엄마는 혼자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경숙이는 자기가 보호자를 하겠다며 나섰다. 아빠도 일을 가야 하고 나는 중간고사 기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엄마는 혼자 갈 생각을 하셨다. 경숙이는 너무도 당연히 자기가 보호자로 가야 한다고 나섰기 때문에 식구들이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중간고사는 생각보다 쉬웠다. 집에 오니 경숙이도 엄마도 없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반찬 몇 가지를 꺼내고 밥통에 밥을 꺼내서 먹었다. 몇 젓가락 먹으니 맛도 없었다. 엄마가 하던 대로 빗자루를 꺼내서 거실과 방을 쓸었다. 걸레를 찾아서 물을 적신 뒤 짜내고 방을 닦았다. 걸레를 빠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 했다. 가뜩이나 손이 매일 찬 나는 찬물만 나오는 이 집이 너무 싫었다. 걸레를 빤다고 물을 뜨겁게 데울 수도 없고 더러운 걸레를 손으로 빠는 것도 싫었다. 걸레를 빨아서 쭉 짜서 말렸다. 힘이 없는지 걸레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빠가 저녁에 오셨다.

“오늘은 아빠가 맛있는 볶음밥 해줄게”

아빠는 양파, 당근, 감자를 능숙하게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았다. "아빠가 볶음밥 하나는 진짜 잘해"하고 말하시며 야채들을 볶았다. "오늘은 특별히 소시지도 넣어줄게"하며 둥근 소시지도 네모나게 잘랐다. 한쪽 프라이팬에는 계란프라이를 하셨다.

“우리 딸은 완숙? 반숙?"

“나는 완숙."

“그래? 계란은 노른자를 터뜨려 먹어야 맛있는데"하시며 소금을 살짝 뿌리셨다. 아빠는 볶음밥 위에 계란프라이를 얹고 케첩을 가져와서 내 계란 위에 하트를 그려주셨다. "먹자" 김치하나를 냉장고에서 꺼내 둘이 먹었다. 집이 원래 이렇게 조용했었나?

혼자 자는 방도 유난히 추운 듯 느껴졌다.

며칠 후 엄마가 오셨다. "경숙이가 자기가 보호자라더니 침대에서 너무 넓게 자서 내가 보호자가 자는 아래 의자에서 잤어. 간호사가 오더니 웃더라고." 하며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

“응 이제 괜찮아. 우리 딸 고생했네 청소도 했나 보네?"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난히 감기에 잘 걸리는 나는 나도 모르게 밤에 기침을 했나 보다

옆에서 자는 언니는 세상모르고 자지만 안방에서 자는

엄마는 그 소리를 듣고 얼른 뛰어와 이마를 짚어주셨다

집에 있는 약을 찾아서 먹이기도 하고 꿀물을 타서 주시기도 했다

엄마는 밤에도 우리에게는 귀가 열려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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