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새였구나!
“아이고 또 왔네”
아랫집 닭이 또 올라온 모양이다
아저씨가 망으로 막아놨는데도 닭들은 자주 나와서 우리집 마당까지 올라왔다 그러면 엄마가 열심히 심어놓은 텃밭을 망치기 일쑤였다 엄마는 이웃집에 얼굴 붉히기 싫다며 싫은 소리도 안하고 그냥 닭에게 “저리가 저리가”하고 말씀하실 뿐이었다
그러면 아랫집 아저씨가 오셔서 “아이고 왜 또 왔대”하면서 “얼른 내려가”하며 닭을 아래로 쫓으셨다 풀어놓고 키워서 더 힘이 센 건지 크기도 컸다. 닭들은 가다가도 또 까먹었는지 바닥에 부리를 갖다 대며 먹이를 찾곤 했다. 그러면 아저씨가 다시 올라오셔서 "내려와"하며 데리고 가셨다.
우리 동네에는 놀이터가 딱 한군데 있었다. 교회 놀이터인데 동네아이들은 그곳에 종종 모여 놀이를 했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 친척이 놀러오면 한 번씩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정글짐 나름 구색이 갖춰져있다
나는 가끔 선교원 선생님이 오후에 혼자 계실 때 도우러 가곤했다. 풀칠도 하고 심부름도 하는데 창문너머로 놀이터에 동네오빠가 보였다
우리교회에 다니지 않는 오빠였는데 고등학생쯤 되보였다. 옆에는 처음 보는 여자 같았는데 둘이 살짝 떨어져서 서있고 왠지 쑥스러워 하는 듯 보였다
“선생님 저기 좀 보세요”
선교원 선생님은 “여자친군가?”하고 말하며 의자위에 올라가 벽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계속 붙이셨다. 나는 테이프를 떼어 돌돌 말아서 선생님께 건네드렸다.
“이 동네에 갈 데가 없으니까 놀이터에 왔나보네"하고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둘은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는 듯 보였다. 가볍게 이야기도 나누고 웃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후 책을 읽다가 문득 보니 닭이 보였다. 아랫집 닭이 이번에는 교회 놀이터로 도망 나온 모양이다
잠시후 나는 놀라운 모습을 보았다 미끄럼틀 위에 두 연인이 있고 그 주변을 닭들이 날고 있었다
우와 닭은 새였구나! 닭이 저렇게 높이까지 날 수 있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동네오빠는 당황해서 닭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언니는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닭들은 날개를 펼쳐서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두 연인은 내려오지도 못하고 한참을 미끄럼틀 위에 서있었다
"선생님 저거 봐요"하고 말하니 선교원 선생님은 큰소리로 웃더니 선교원 전화기로 아랫집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셨다. “아이고 또 언제 왔대?”하고 말씀하시며 닭을 데리고 가셨다
선교원 선생님은 "쟤네는 헤어지겠지?"하고 말하며 남은 쓰레기를 버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