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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레이첼 Oct 27. 2024

INFP 유형의 엄마로

나답지 않은 모습이 반가울 때

# ISTJ에서 INFP로

이제는 좀 유행이 지난 MBTI 얘기지만 결혼 전 나의 MBTI 유형은 ISTJ였다. ISTJ의 주요 키워드는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체계적이고 정확한 기억, 책임감, 현실감각 등이라고 한다.


결혼 후 아이 셋을 낳은 후 다시 검사를 해보니 INFP로 바뀌었다. INFP의 주요 키워드는 열정적인 중재자, 조화, 세심함, 완벽주의, 독립성 등이다.


기본적인 내향형 성격은 변함이 없지만,

나머지 부분은 완전히 반대로 바뀌는 게 신기했다.


단순히 한 개의 검사로 사람을 완벽히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각 유형의 키워드를 보며 내가 아내로 엄마로 변하며, 나이를 먹으며 변해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결혼 전에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준비해서 처리하는 모습이 강했고, 결혼 후 육아의 길로 들어선 나는 아이들을 골고루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모습에 중점을 두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도 나름의 룰과 선을 지키려고 애썼고 내 아이는 내 손으로 키운다는 독립성도 더욱 강해졌다.


특히 육아는 내가 계획한다고 모든 걸 그대로 절대 할 수 없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예상한 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인드가 세팅되다 보니 러프하게 굵직한 방향은 잡되 그 안의 세세한 부분은 상황에 따라 결정하도록 조율하는 법도 배웠다.



# 사람은 변한다? 발전시킨다?


내가 '변한다'라고 표현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원래 갖고 있던 성격들 중에 현재의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전시켰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부분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할까.


전에는 전혀 상상치도 못하는 일들이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등하원 때 만나는 엄마들에게 간단한 인사 정도는 먼저 건네게 되고 처음 보는 아이와 놀이터에서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손주를 돌보시는 어르신들과 짧은 육아토크를 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심지어 엄마들에게 내가 먼저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네일숍에 가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신나게 웃고 왔다. 누구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지만 개인적으론 엄청나게 큰 변화다.


이런 모습을 곱씹어 보면 문득 나답지 않은 것 같아 낯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한 건 아니다.

어느 정도 필요성을 느끼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여겨서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다.


내향적이라는 성격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필요에 따라 내가 스스로 조율하고 변화, 발전시켜 나가는 요소들이 있다.


아마 20대 때 나를 알던 사람과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이 보는 나에 대한 이해도는 많이 다를 것이다. 결혼 후 아이 셋이 된 상황이니 어쩌면 달라지는 게 당연하겠다.




# 나답지 않아서 반갑다


다행히도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싫지 않다.


ISTJ였을 때의 까칠-계획-현실적인 나도

INFP인 조화-세심-중재에 중점을 두는 지금의 나도

둘 다 내가 갖고 있는 본모습이다.


나답지 않은 모습의 나를 볼 때 망가졌다거나 가식적인 모습이라 느끼지 않고 나름 성장하고 있구나 싶다. 퇴보하지 않고 뭔가 상황에 맞게 업그레이드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답지 않은 모습을 갖게 해 준 우리 세 딸들에게 짧은 이 글을 빌어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그녀들이 없었다면 절대 발굴되지 않았을 나답지 않은 면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 줘서 고맙다. 아이들 덕분에 내 속에 잠재돼 있던 정반대의 면까지 끄집어낼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예전이라면 애들이 손 빨아먹을까봐 절대 안해줬을 키즈 매니큐어이지만 셋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쁘다며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이쁘다. 나 답지 않은 선택의 성공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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