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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레이첼 Oct 21. 2024

너 서울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복잡한 서울이냐 쾌적한 경기도냐


# 카시트에 잠든 애 둘 태우고 혼자 가 본 임장


곰팡이 전세 빌라는 이미 내 맘을 떠났고 가격에 맞는 서울 빌라를 찾으려니 인풋대비 실거주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그래서 서울 강서양천과 맞닿아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김포.


가본 적도 없고 살고 있는 지인도 정보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엄마들 사이에서 김포가 신도시라 아파트도 깨끗하고 애들 데리고 살기 좋다는 말만 많이 들었다. 맘카페에 몇 번 올라온 인테리어 사진이나 공원, 거리 모습이 깨끗하고 좋았다.


교회 예배가 끝나고 신랑은 지방 출장 가고 없는 사이. 잠든 아이 둘을 카시트에 태운 모닝을 끌고 무작정 김포로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내가 어렴풋이 들었던 아파트는 김포시 장기동 한강호반베르디움. 초품아에 애들 키우는 엄마들 많고 살기 좋다는 얘기에 대한 기억만 갖고 일단 김포로 향했다.


난 늘 맘에 드는 곳이 생기면 먼저 손품을 팔아 네이버부동산이나 호갱노노에서 찾아본다. 그리고는 직접 분위기를 보기 위해 실제 장소를 가본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곳이 눈앞에 펼쳐지며 '아 그래서 이렇게 말했구나, 사람들이 얘기하던 게 그 말이구나' 하며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고 실거주를 했을 때 닥칠 장단점들을 상상하며 살펴본다.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가보니 서울에서부터 김포로 이어지는 도로는 꽤나 거리가 멀었다. 밀리지 않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였는데도 역시 경기도는 경기도였다. 하지만 도로가 잘 정비 돼있고 걸리는 신호 없이 쭉 간다면 오히려 서울 내에서 복잡한 신호에 여러 번 걸려 갈 시간과 비슷했다.


장기동 호반에 도착하니 초품아답게 아예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가 있었다. 신도시의 명성에 맞게 거리도 건물도 아파트도 크고 반듯했다. 복잡한 서울에 비하면 넓고 쾌적함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네이버 부동산으로 본 가격도 내부 평형 구조도 모두 맘에 들었다. 일요일이라 문 연 부동산은 없었지만 경차로 드라이브하듯 장기동 동네를 구석구석 다녀보며 김포를 작게나마 읽어갔다.



# 한번 서울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건 알지?


신랑에게 나의 임장기를 말해주니 아니 대체 언제 벌써 혼자 거길 갔다 온 거냐며 혀를 내둘렀다. 난 생각이 많아서 답답할 정도로 오래 고민하지만 이거다 싶으면 의외로 극단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도 하는 편이다.


내가 보고 느낀 김포의 쾌적함과 부동산 시세들을 말해주고 포지션을 서울 전세에서 김포 매매로 바꿨다. 우리도 아파트에 살아보자, 쾌적한 신도시에서 아이들을 키우자고 서로 마음을 다잡았다.


요즘 집 때문에 김포를 보고 왔다고 친오빠에게 말하니 오빠가 이렇게 대답했다.

"김포? 김포 좋지. 넓고 살기 좋고 깨끗하고. 아파트도 서울에 비하면 훨씬 쌀걸. 서울 전셋값으로 김포는 매매도 할 수 있겠다. 근데 그건 알지? 한번 서울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너."


나도 안다. (근데 지금 보면 솔직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다르기에 알면서도 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얼죽신 이라며 신축을 외치는 젊은이들을 비난하지만 늙은이와 젊은이 중간에 껴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맘도 이해가 간다. 특히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주거환경에 대한 조건과 미니멈 상태가 훨씬 올라가기 마련이다. 우리 둘이야 곰팡이든 복도식이든 빌라든 오피스텔이든 상관없지만 아이 한 명도 아닌 둘과 함께 지낼 4인 가족의 집은 아무래도 다르다. 그게 가장의 무게이며 부모의 책임일지도 모르겠다.



# 돌고 돌아 결국 아파트 전세로


김포 아파트 매매로 목표를 잡고 인근 부동산 딱 2곳과 끈끈하게 연락하며 매물을 봤다. 장기역 근처 역세권 아파트, 초중과 가까운 준신축 아파트, 세대수가 많고 저렴한 아파트, 장기동보다 더 멀리 들어간 마산동 아파트까지.


집을 보러 다니며 재밌는 일이 많았다. 화려한 금색으로 전체 인테리어를 했던 집, 캣타워가 인상적이던 따뜻한 남서향 집, 넓고 환한 공실이던 집 등등 정말 다양한 집들이 많았다. 어떤 집은 집주인 할머니가 우리 신랑을 보자마자 자기 아들 같다고 너무 좋아하시며 그 자리에서 바로 3천만 원을 깎아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하셨다. 역시 집은 집주인 맘이라는 걸 단박에 알았다.


다양한 아파트 평형, 구조, 층수, 4 베이, 남서향, 남동향, 채광, 환기 등등 집을 선택할 때 고려할 조건들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직접 눈으로 보고 배워갔다. 일단 빌라가 아닌 아파트였기에 구조나 평형면에서는 감히 비교할 없을 만큼 만족했다. 최소 29평~34평 아파트들을 보면서 낯설었던 부동산 용어들도 익숙해졌다.


최종으로 아파트 매수를 노렸던 곳은 역세원 비브랜드 아파트 2층이었다. 가격적으로 가장 저렴했고 평수는 34평에 비확장 베란다가 있는 게 그땐 오히려 맘에 들었다. 세입자가 거주 중이었는데 집주인은 세금 문제로 빨리 처리하고 싶어 했다.


해당 물건으로 정하려고 계약서 작성 전 마지막으로 집을 보겠다고 하고 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날 집에 들어서자마자 정말 느낌이 별로였다. 방문은 부서져있었고 구조도 채광도 여러모로 내가 그전에 봤던 그 집이 아닌듯한 느낌처럼 다르게 다가왔다. 찝찝한 마음을 갖고 집주인과 매매가 논의를 했는데 결국 서로 최종 합의를 못해서 진행하지 못했다.


이사는 빨리 가야 하고 어쭙잖게 매매해서 고생하느니 차라리 전세로 김포에서 일단 한번 살아보라고 부동산 사장님이 권유했다. 그래서 2억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34평 남동향 아파트 전세를 계약했다.


원래 34평 그 아파트 매물은 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라 젊은 사람들이 안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가격이 매력적이라 한번 보자고 하는 사장님 얘기에 들어가 봤다. 어둡고 칙칙하다던 내부를 보고 우리는 오히려 가볍지 않고 묵직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거기에 높은 나무들과 함께 놀이터뷰가 나와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거실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더 안심됐다. 층고도 높고 거실, 방 크기도 서울 빌라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 라이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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