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라서 더 가슴 아픈 이야기, 영화 <가버나움>
제가 부모를 고소했어요.
왜 부모를 고소했죠?
나를 태어나게 해서요.
영화 '가버나움' 중~
여동생의 남편을 죽이려 한 혐의로 소년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열두 살 소년 자인, 그곳에서 자인은 자신의 부모를 고소합니다. 출생 신고조차 하지 않아 자신이 몇 살인지도 모르는 아이 자인, 소년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치아 검사를 통해 적어도 열두 살은 되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부모 품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사랑 받아도 모자랄 나이, 열두 살의 자인은 왜 자신의 부모를 고소한 것일까요?
엄마 아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던 아이 자인, 동생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만든 주스를 팔기도 하고, 식료품 가게 배달 일을 하거나 허드렛일을 하여 돈을 법니다. 여동생 사하르가 초경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인의 삶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초경을 시작하면 식료품점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던 사하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자인은 부모에게 비밀로 했지만, 그 비밀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가기 싫다고 울부짖는 사하르와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부르짖는 자인, 그럼에도 강제로 보내버리는 부모, 자인과 사하르에게 부모는 어떤 존재일까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집을 뛰쳐나온 자인은 우연히 만난 에티오피아 출신 라힐의 집에서 그녀의 아들 요나스를 돌보며 함께 지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시간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불법체류자였던 라힐이 체포되어 집에 올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을 모르는 자인은 마약성 진통제로 만든 주스를 팔며 갓 돌을 넘긴 요나스를 돌보지만, 집세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쫓겨나게 됩니다.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게 된 자인은 엄마인 라힐이 있을 때부터 요나스를 입양 보내자고 말하던 브로커에게 요나스를 보내고, 자신은 다른 나라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필요한 서류인 출생증명서를 가져오기 위해 집으로 간 자인은 여동생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겨우 열한 살에 결혼을 해 임신을 하게 된 동생이 출생증명서가 없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게 된 것을 알게 된 자인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을 죽게 만든 남자를 찾아가 찌르게 되고 소년 교도소에 가게 됩니다. 면회를 온 엄마가 "신은 하나를 가져가면 하나를 돌려주신다."면서 사하르를 대신할 동생을 임신했음을 알리지만, 자인은 엄마는 감정이 없는 것 같다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합니다.
애들을 돌보지 않는 부모가 지긋지긋해요. (중략) 사는 게 개똥 같아요. 내 신발보다 더러워요. 지옥 같은 삶이에요. (중략)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었어요. 하지만 신은 그걸 바라지 않아요. 우리가 바닥에서 짓밟히길 바라죠.
영화 '가버나움' 중~
그 후 아동학대에 관한 TV 프로그램을 보던 자인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선임된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서게 된 자인, 왜 부모를 고소했냐는 판사의 물음에 자신을 태어나게 해서 고소하게 되었다고 답합니다. 부모님에게 할 말이 있냐고 물어보는 판사, 자인은 "애를 그만 낳게 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자인이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으며 끝이 나는데요. 그 마지막 장면이 더 가슴 아팠던 건 왜일까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는 존재, 바로 부모입니다. 겨우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어찌 삶을 지옥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겨우 열한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을 강제로 결혼시키는 부모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인 자인은 난민으로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다가, 사하르 역의 하이타 아이잠은 껌을 팔다가 캐스팅되었다고 하며, 요나스 역의 트레저는 촬영 중 친부모가 체포되기도 했고,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 또한 촬영 중 체포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영화 속 모습이 실제 그들의 삶과 다를 바가 없었음을 알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 후 배우들의 삶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자인과 사하르, 그리고 요나스가 우리들과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 그 많은 아이들이 영화 속 아이들처럼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