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공황장애인 내가 지하철을 타는 일.

숨이 막히는 두려운 감정?

by 하온


공황장애 恐慌障礙

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 발작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병. 공황 발작이 일어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며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처음 병원에 갔을 때, 나는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이 같은 질병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다른 질환이었다. 광장공포증은 넓은 장소에 혼자 있을 때 이유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질환이다. 공황장애 안에 광장공포증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나는 20살 때 심한 공황장애를 겪었다. 28살이 된 지금도 끈질기게 나와 함께 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보통, 성격에 문제나 유독 예민한 성격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정확하게 오해하며 살았다.


나 같은 경우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공황장애를 크게 겪었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과 버스를 두려워했다. 그 안에 있으면 숨이 막히기 시작하고 미친 듯이 어지럽기 시작하면서 복통을 동반했다.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아찔함에 목적지 이전에 내려서 심호흡을 하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교 시절 아침 수업을 자주 지각하거나 결석했다. 출근 시간 지하철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그 때문에 학교에 도착하기 전 지하철에서 뛰쳐내려 수업 시작 전까지 학교에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일찍 일어나 조금 더 멀리 있는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첫 번째 역과 가까워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저녁 시간 나는 2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중, 갑자기 미친 듯이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식은땀이 흘렀고 호흡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눈물이 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이미 울고 있었다. 앞에 앉아있던 남성분께서 나의 얼굴을 보시고 놀라시며 얼른 자리에 앉으라며 양보해 주셨고, 나는 감사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앉아서 마음을 달랬던 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저 몸이 너무 피곤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예민한 성격이라서, 내향적이라서 등등 그저 나의 기질 중 하나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잦아졌다.


병원에 내원하고 이것이 공황장애라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지금까지 거의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피해 생활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시 먹을 수 있는 비상약은 나의 외출 필수품이 되었다. 8년 동안, 이 질환을 앓으면서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기도 했다. 살면서 사람 많은 대중교통을 타야 하는 순간은 꼭 온다. 그럴 때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하철에 오른다. (나 혼자 매우 비장하게 지하철을 탄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심호흡을 한다. 여기서 나는 들숨 날숨을 한 번씩 하는 게 아니라 두 번씩 숨을 쉬고 뱉는다. 숨을 두 번 깊게 들이쉬고 두 번 깊게 내뱉는다. 이 방법으로 최대한 나의 뇌를 진정시키며 속인다. ‘지금 나는 괜찮다’ ‘곧 내린다’라고 말이다. 나름 효과를 봤던 적이 많았다.


대중교통이 아니어도 공황은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서도, 회의하고 있는 회의실에서도, 수업을 듣고 있는 수업 시간에도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불안함을 느끼고 긴장이 되면서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질환을 겪는 일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많이 무너뜨렸다. 누군가에게 신뢰를 잃게 되기도 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며 몸이 약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만든다. 속상하고 억울했다. 가장 괜찮아지고 싶은 사람은 나 자신 아니겠는가.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에 이해받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결국 나를 지킬 수 있고 이해해 주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출하고 돌아와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오늘도 잘 버텼다’라는 한 마디를 건넨다. 남들보다 조금 더 버거운 삶이기에 그저 오늘 하루를 잘 버틴 것만으로도 나는 잘한 거라고 말이다. 공황장애를 포함한 다른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때론 외롭고, 억울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남들보다 더 많이 자주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버티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생 많았어. 아주 힘들었을 텐데 오늘도 잘 버티고 살아냈네.
잊지마,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저 그냥 일어난 일이야.
나쁜 날일 뿐이지 절대 나쁜 삶이 아니니까.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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