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한 기분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다.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게 시간이 걸린다. 흔히 말하는 뇌정지가 자주 온다고 해야 될까?
집중하는 게 어렵고 모든 게 둔감한 기분이다.
병원에서 멍한 걸 잡아주는 약의 용량을 올려주셨다.
예전에 조현병 음성 증상을 겪었던 것 같이 모든 게 무감각해지고 시간만 되면 잠만 자게 된다.
일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감각을 끌어다 쓰면서 일을 하는데 그 여파로 쉬는 날만 되면 몸의 전원이 꺼진 것 같이 잠만 잔다.
내가 힘든 건지 괜찮은 건지 좋은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글도 예전처럼 써지지를 않고 그렇게 좋아하던 다이어리 쓰는 일도 예전 같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예전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게 될 것 같아 무서워지기도 한다.
무감각해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파도 상처받아도 무던해지는 일이다. 마음에는 상처가 나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나는 멀쩡히 삶을 살아간다. 흐르는 피를 쓱쓱 닦아내고 피를 잔뜩 묻힌 채로 살아간다.
감각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행복한 일에 감격하고 힘들 땐 눈물을 흘리고
아프면 아픈 대로 그 감각을 느끼고 싶다.
고장 났다. 이 표현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