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온 Feb 09. 2024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불안정하다.


나침반 안에 방향을 가리키는 자침은 끊임없이 떨린다. 수 없이 떨리지만 자침이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하다.

수 없이 떨리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불안정한 곡선을 그리며 인생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기울이며 저마다의 곡선을 그려나간다. 끊임없이 떨리며. 우리가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은 누구나 다 그런 인생의 곡선을 그리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예외 없이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이 나에게 위로가 된 듯하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불안정하다” 삶은 내가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불안정하고, 나침판의 자침처럼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면 그 삶 또한 꽤 괜찮은 삶이 아닐런지.


삶의 곡선이 수 없이 아래로 떨어지기만 했던 20대였다. 그 끝자락에서 나의 곡선들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다.

우울함 속에서 혹은 숨 쉬기도 어려운 공황에서 그렇게 흘러버린 시간들이 잡을 새도 없이 가버렸다. 어느덧 29살. 얄밉게도 지나간 시간들을 탓해서 무얼 하나 싶겠지만, 여전히 난 아쉽다. 혼자서 버텼던 시간들이 가여웠다. 그 시절 나의 나침반의 자침은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어디를 가리키고 있었을까? 어디로 가라고 알려주고 있었을까? 그저 흔들거리는 삶을 애써 부여잡느라 방향을 잡지 못했다.


간단하고도 명료한 것들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저마다의 흔들림 속에서도 다들 각자의 방향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숙제가 저마다의 곡선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흔들려도 괜찮다는 것을.

 

이전 14화 고장 난 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