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우울한 날이 찾아왔을 때.
마지막 자살시도를 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자살시도 후, 많은 걱정과 여러 시선을 겪은 나는 무조건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던 것 같다. 더 내 감각에 무던해지기로. 더 내 감정에 무감각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내가 상대방의 반응을 눈치 보는 것이 너무 슬픈 일이라고 말이다. 슬픈 일일까. 그래, 슬픈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젠 내가 힘들다는 말과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색하고 마치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삐걱삐걱 거리는 느낌이다.
무조건적으로 괜찮아야 한다는 것. 아마, 그 결심이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히 짐작해 본다. 아마도 이런 시간을 견뎌가며 무던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들의 밤은 오늘도 안녕할까.
최근 병원에서 다시 검사한 우울척도 검사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의문을 가진 듯 질문하셨다.
"기분이 왜 이렇게 엉망이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요즘 기분이 많이 다운된 것 같기는 해요"
"자살시도나 자해 생각이 많이 나나요?"
"네"
"그럴 땐 어떻게 하는 편이죠?"
"그냥 견디는 것 같아요"
분명, 슬퍼할 사람들이 있을 테니 그 얼굴들을 떠올리며 칼을 집으려는 몸뚱이를 침대에 겨우 우겨 박는다.
눈을 감는다. 견딘다. 참아낸다. 난 그럴 수 있다.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쉬운 것이 행동이에요"
"감정과 생각은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데 그중에서 가장 하기 쉬운 것이 행동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밖을 나가서 바람을 쐬고 사람을 만나보세요"
"물론 그것마저 귀찮을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땐 잠식되어서는 안 되거든요"
좋아지는 요즘이었다. 아니, 분명 난 좋아지고 있었다. 다시금 우울이 찾아왔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친했던 우울이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고 어색한 사이가 되었던 걸까. 사람이 참 웃기지.
문득, 나 같은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5월의 첫날이다.
나무는 푸르게 흔들리고 햇빛은 따뜻하게 여기저기를 데우는데 아직도 차갑기만 한 마음의 한복판을 거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면서 말이다.
나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히 건네보는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