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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온 Mar 14. 2024

새로운 진단명, 조용한 성인 ADHD

예? 제가요?


최근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책을 읽고 몇 시간씩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책을 5페이지 넘게 읽는 게 어렵고, 수업시간에 계속 앉아있는 게 너무 곤욕스럽고 힘들었다.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거나 계속해서 스트레칭을 했다.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또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하며 선생님께 말씀드리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조심스럽게 어렸을 적부터 이러한 증상이 있었는지 여쭤보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함을 갖지 못했다. 뭔가를 하나 시작하면 대부분 끝을 보지 못했고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매우 잦았다. 이러한 내 성격(증상)때문에 뭐 하나 제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없다는

꾸중을 자주 듣기도 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ADHD라는 병명이 흔하지 않았을 때고,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아주 높았을 때라

이러한 증상이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워낙 다리 떠는 게 습관이고 가만히 못 있는 게 내 성격인 줄 알았지 그게 증상이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회사에서 근무할 때 다리 떠는 일로 자주 혼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게 나만의 집중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처참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쪽이었던 것이다. 딱히 큰 충격이 있지는 않았지만

하필 대학원에 입학한 지금 이 증세가 계속 발현되고 또 신경 쓰이게 됐다는 것이 조금 속상했다.


누가 봐도 ADHD인 사람이 있으나 그렇지 않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ADHD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손이나 발을 수시로 꼼지락 거리거나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게 특징이다.

난 잡생각의 왕이다. 딴생각 왕이기도 하다. 잠드는 그 순간까지 내 속은 너무 시끄럽게 내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이야기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자주 하며 또 금방 잊어버리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소식은 지금 당장 약을 처방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ADHD 치료약은 우울과 불안을 더 안 좋게 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증상을 더 지켜보며 약을 조절하기로 했다.

공황과 불안장애가 심한 지금 ADHD약을 처방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생님의 소견이었다.


참 신기한 건 이러한 성격이 글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난 늘 단상을 위주로 글을 써 왔다.

나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긴 글을 쓰지 못한다. 때론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면서

나는 왜 저런 글을 쓰지 못할까 서러워하기도 했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할까. 단상집을 내는 사람들이 있으면 장편소설을 내는 작가도 있는 법이니까.

진단을 받고 이리저리 꼼지락 하는 것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었다.

안녕,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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