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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Sep 17. 2022

영화 <리플리> 리뷰 (1)

줄거리와 법률 쟁점: 정당방위 vs. 과잉방위?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맷 데이먼, 주드로,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블란쳇의 리즈 시절과 필립 시모어 호프만..


영화 <리플리>는 1955년에 나온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1999년 세기말에 만들어진 영화다. 알랭 들롱이 주연한 한국에는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나온 1960년 영화도 위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는 소설에 대해 각색이 꽤 많이 들어갔지만 리플리는 원작 소설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화 리플리가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작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은데, 영화로만 보면 리메이크가 맞다고 할 수 있지만, 둘 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다. 리플리는 출연배우들이 굉장히 화려하고, 그 후 모두 스타가 된 배우들이다. 그들의 젊은 리즈시절을 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다. 주요 출연 배우들이 모두 연기를 잘하지만, 특히 필립 시모어 호프먼은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였는데 2014년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약 46세에 사망해서 이 영화에서 그를 다시 보니 무척 안타깝다. 



2. 네이버에 공개된 리플리의 줄거리는,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보이... 별 볼 일 없는 리플리의 삶...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기회도 없고, 행운도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서글픔만 안겨주던 뉴욕을 뜰 기회가 왔다! 어느 화려한 파티석상에서 피아니스트 흉내를 내다 선박 부호 그린리프의 눈에 띈 것. 그는 믿음직해 보이는 리플리에게 망나니 아들 디키를 이태리에서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계약금은 천 달러...! 그대, 메피스토!.......... 가짜 인생의 시작! 이태리로 가기 전, 리플리는 디키의 정보를 수집한다.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 음반을 들으며 그를 느낀다. 드디어 이태리행!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며 디키에게 서서히 접근한다. 어느새 디키, 그의 연인 마지와도 친해진 리플리... 마치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니, 리플리는 디키를 닮아간다. "디키는 내가 꿈꾸던 사람! 그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별이여, 그 빛을 감춰라! 평생 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산, 아름다운 여인,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네가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 네 곁에 있고 싶어! 디키!" 그러나 리플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디키...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초조해지는 리플리... 태양은 빛나지만 언제까지 그들을 비출 것인지!]



3. 정당방위? 과잉방위? 


영화는, 톰 리플리가 신분 차이로 자신에게 모멸감을 주는 디키를 살해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톰은 디키 외에 두 명을 더 살해하는데, 앞의 살인이 발각될까 봐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서 계속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뒤에 살인한 두 명은 살인죄가 명백한데, 처음에 범죄를 저지른 디키에 대해서는 톰의 행동을 나누어서 따져보기로 했다. 


톰은 디키와 단 둘이 이탈리아 중북부의 바다에 보트를 타고 나갔다가 말싸움을 하게 된다. 디키가 톰을 무시하면서 자존심을 짓밟는 모멸적인 말을 하고 톰의 흉내를 내자 톰이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보트의 노를 휘둘렀다가 디키한테 상해를 입힌다. 여기까지는 상해죄가 된다. 모욕적인 언사에 상해를 입히는 것은 상당성이 없어서 정당방위가 인정될 여지가 전혀 없다. 


피를 흘리는 디키를 보고 톰은 당황해서 디키한테 사과를 하고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디키가 광분하여 톰의 목을 조르면서 죽이겠다고 달려들었다. 톰은 디키를 진정시키려고 그만하라고 소리쳤고, 작은 보트는 두 사람의 몸싸움 때문에 심하게 흔들리면서 뒤집히는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톰은 디키가 자신을 죽이겠다면서 달려들자 디키를 말리다가 결국에는 디키를 노로 쳐서 죽이게 된다.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디키를 피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보트에서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 디키를 말리다가 죽이게 된 것이 혹시 공포, 경악, 흥분, 당황한 상태에서 한 과잉방위로 인정될 수 없을까. 근데, 디키는 이미 톰이 휘두른 노에 맞아서 상해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해를 입은 디키의 공격에 대한 톰의 행위는 과잉방위로도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4. 디키의 아버지도 속이는 톰 리플리


톰은 디키를 살해한 후, 디키 명의로 디키의 아버지한테 보낼 편지를 타이핑하고 그 편지에 직접 디키의 서명을 해서 보내고, 디키가 보낸 편지로 오해한 아버지는 톰한테 계속 돈을 보낸다. 그리고 톰은 디키의 서명을 위조해서 은행에서 디키의 아버지가 송금한 거액의 돈을 찾는다. 디키는 이미 사망했지만, 사망한 사람 명의 편지를 위조하는 것도 문서위조죄가 된다. 과거에는 대법원 판례가 타인 명의 문서를 위조해도 그 명의인이 허무인이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사문서위조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 2005년 경에 판례를 변경해서, 문서위조죄의 요건을 구비하면 명의인이 실재하지 않는 허무인이거나 문서 작성일자 전에 사망했어도,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공문서도 마찬가지다.

톰이 디키가 죽은 후에, 디키 명의 편지를 아버지한테 부친 것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가 되고,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고 디키의 서명을 위조한 것은 사서명위조, 위조사서명행사가 된다.



5. 톰 리플리와 친족상도례 


디키와 톰은 선박 재벌인 디키의 아버지를 속여서 돈을 받아낸다. 디키의 아버지는 처음에 톰한테 이탈리아에서 흥청망청 돈만 쓰면서 지내는 망나니 아들 디키를 뉴욕으로 데려와 주면 그 대가로 큰돈을 준다고 제안했다. 톰은 디키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았으므로 디키를 설득해서 뉴욕으로 데려가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도, 디키와 작당해서 디키의 아버지를 속이고 돈을 계속 타내면서 이탈리아에서 디키와 함께 여행을 다니고 놀러 다닌 것이다. 디키가 아버지를 속인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만약 디키와 톰이 공모해서 디키의 아버지를 기망했다고 가정하면, 이에 속은 디키의 아버지가 돈을 송금하는 처분행위를 했으므로 디키와 톰은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다. 그런데 사기죄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데, 친족상도례란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특정 범죄에 대하여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하는 것을 말한다. 

즉, 피해자와 범죄를 저지른 자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의 관계에 있으면 형을 면제받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친족 간이라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디키는 아버지를 속였지만, 직계혈족 관계에 있기 때문에 디키한테 사기죄가 성립해도 형을 면제받는다. 하지만 톰은 피해자인 디키의 아버지와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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