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까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파트타임 면접이긴 하지만, 그래도 면접은 면접인지라 긴장이 된 모양이다. 꼭 잡고 싶은 기회이기도 했고. 뉴욕에서 사 온 멜라토닌 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선택적 신앙으로 기도했다. 내일 면접 별일 없이 잘 볼 수 있도록 제게 잠을 주세요. 온갖 신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그렇게 여차저차 잠이 들었고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양쪽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밤새 게임하다 잠 못 이룬 사람처럼 보여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그럴 여유도 없이 후다닥 준비하고 가게로 향했다. 사실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마음이 급해 환승역을 거의 뛰다시피 지났고, 나는 결국 15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가게 앞을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다 계단을 올랐다.
면접 시간인 10시 30분, 사장님이 도착하셨다.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로 인사했다. 그렇게 웃으려 노력한 게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찌들기 시작한 뒤로는 밝은 인사를 건넬 여유조차 없었다. “…세요” 정도의 음소거(+무표정) 인사만 하곤 했었지. 여유가 정말 없었다.
자리에 앉자 사장님이 시원한 얼음물을 내어 주셨다. 꼴깍꼴깍 마시며 질문을 기다렸다. 의외로 질문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면접은 한 시간이나 이어졌다. 직주근접 여부를 가장 먼저 물어볼 줄 알았는데, 사장님은 내가 어디에 사는지도 묻지 않으셨다. 이력서도 필요 없고, 전화번호도 굳이 지금은 안 알려 줘도 된다고 했다. 그저 이름, 왜 회사를 나와서 이곳에 왔나, 음악을 좋아하는지. 그게 전부였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좋아하는 공간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당장 내일부터 첫 출근이다. 정말 오랜만에 잘해 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드린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퇴사 후 처음으로 하늘을 봤다. 볕뉘 아래 계절이 고여 있었다. 송골송골 맺힌 땀, 등에 붙은 끈적한 옷감. 평소 같았으면 짜증 났을 그 감각이, 오늘은 어쩐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