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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by 혼란스러워

해마다 여름이면 만나는 사람마다 여름휴가는 언제 가는지 묻는다. 언젠가부터 여름에 휴가를 따로 가지 않았다. 처음 직장에선 여름에 일주일씩 의무적으로 휴가를 사용해야 해서 주말을 합치면 총 9일을 쉴 수 있었다. 9일이면 어디라도 다닐 수 있었지만 어릴 때였고, 정신적 경제적 여유도 없이 살던 시절이라 특별한 추억 없이 여름을 보냈다. 그 이후엔 여름엔 어딜 가나 사람도 많고 덥고 습해서 되도록 어디 가는 것을 피하고 봄 가을에 여행을 다니곤 했다. 사람들이 매번 여름휴가 계획을 묻는 것을 안부 인사로 대체해서 일일이 대답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몽골 여행이 떠올랐고, 패키지 프로그램을 검색해서 참여했다. 7월 말에 3박 4일 일정으로 잡힌 일정이다. 게르 숙소에 이틀을 묵고 일반 호텔에 하루를 묵을 예정이다. 드디어 몽골 초원에서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아들과 나 둘만 다녀오기로 했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아서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패키지여행이니 잘 따라다니면 되겠지. 무엇보다 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면 좋겠다.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만 커가는 모습에 그동안 갈등도 많았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서로 더 알 수 있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받아들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을 배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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