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을 씻어 냄비에 넣고 물을 부었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불을 켜고 뚜껑을 덮었다. 까놓은 마늘을 다져 놓고, 청고추와 홍고추 하나씩을 꺼내 썰었다. 마늘 다진 것을 먼저 넣고 끓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냄비 뚜껑이 들썩 거린다. 썰어 놓은 고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며 맛을 본다. 아직 덜 익은 콩나물 특유의 비린 맛이 난다. 뚜껑을 덮고 한참을 더 끓였다. 콩나물국 냄새가 집안을 채운다. 불을 끄고 고춧가루를 넣어 저었다.
콩나물국이 끓는 사이 동네 마트에서 사 온 양념갈비를 팬에 덜고 가열한다. 이번엔 고기에 스며든 양념이 익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 이 정도면 오늘 저녁 식사는 훌륭할 것 같다. 가스레인지 열기로 집안이 찜통이 됐다. 에어컨을 냉방을 최대치로 올린다. 밥솥을 열고 밥을 푼다. 내 밥그릇은 두둑하게 푸고 아내 밥그릇은 평평하게 펐다. 아들 밥그릇엔 약간 적은 듯하게 밥을 채운 뒤 콩나물국을 국그릇에 던다 식탁에 밥과 국, 젓가락과 숟가락 한 쌍씩을 가지런히 내려 놓는다.
냉장고에서 잘 익은 열무김치를 꺼내 반찬통에 던다. 김치 한 젓가락을 입에 놓고 우물우물 씹어 본다. 잘 익었다. 국물도 조금 따른 뒤 김치통을 다시 냉장고에 넣고 오이지무침을 꺼내 놓는다. 얼마 전에 시골에서 가져온 아삭이 고추 몇 개를 씻어 접시에 놓고 고추장을 두어 숟가락 퍼 놓는다. 고기는 주로 아들이 먹을 것이고 아삭 고추는 주로 내가 먹을 것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다. 셋뿐이지만 이렇게 모여 앉아 밥을 같이 먹는 건 저녁 식사 때뿐이니 소중한 시간이다.
아들 젓가락이 고기를 덜어 놓은 접시로 쉴 새 없이 오간다.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거 볼 때가 가장 좋은 게 부모 마음이던가. 고기를 잘 먹으니 기분이 좋다. 밥을 많이 먹어야 비로소 먹은 것 같이 느끼는 나는 오늘도 두 공기를 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포만감이 느껴진다. 아들도 아내도 나도 배부르게 먹었다. 빈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물을 틀어 불린다. 남은 반찬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는 처음 손대기까지가 싫지 한번 시작하면 깨끗하게 닦아내는 묘미가 있다. 음식 찌꺼기로 지저분했던 그릇을 뽀득뽀득 깨끗하게 씻어서 잘 마르도록 정렬해 놓는다. 이제야 비로소 하루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이제 씻고 책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면 되겠다. 맛있는 저녁밥과 편안한 저녁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