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느 평범한 저녁

by 혼란스러워

콩나물을 씻어 냄비에 넣고 물을 부었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불을 켜고 뚜껑을 덮었다. 까놓은 마늘을 다져 놓고, 청고추와 홍고추 하나씩을 꺼내 썰었다. 마늘 다진 것을 먼저 넣고 끓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냄비 뚜껑이 들썩 거린다. 썰어 놓은 고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며 맛을 본다. 아직 덜 익은 콩나물 특유의 비린 맛이 난다. 뚜껑을 덮고 한참을 더 끓였다. 콩나물국 냄새가 집안을 채운다. 불을 끄고 고춧가루를 넣어 저었다.


콩나물국이 끓는 사이 동네 마트에서 사 온 양념갈비를 팬에 덜고 가열한다. 이번엔 고기에 스며든 양념이 익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 이 정도면 오늘 저녁 식사는 훌륭할 것 같다. 가스레인지 열기로 집안이 찜통이 됐다. 에어컨을 냉방을 최대치로 올린다. 밥솥을 열고 밥을 푼다. 내 밥그릇은 두둑하게 푸고 아내 밥그릇은 평평하게 펐다. 아들 밥그릇엔 약간 적은 듯하게 밥을 채운 뒤 콩나물국을 국그릇에 던다 식탁에 밥과 국, 젓가락과 숟가락 한 쌍씩을 가지런히 내려 놓는다.


냉장고에서 잘 익은 열무김치를 꺼내 반찬통에 던다. 김치 한 젓가락을 입에 놓고 우물우물 씹어 본다. 잘 익었다. 국물도 조금 따른 뒤 김치통을 다시 냉장고에 넣고 오이지무침을 꺼내 놓는다. 얼마 전에 시골에서 가져온 아삭이 고추 몇 개를 씻어 접시에 놓고 고추장을 두어 숟가락 퍼 놓는다. 고기는 주로 아들이 먹을 것이고 아삭 고추는 주로 내가 먹을 것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다. 셋뿐이지만 이렇게 모여 앉아 밥을 같이 먹는 건 저녁 식사 때뿐이니 소중한 시간이다.


아들 젓가락이 고기를 덜어 놓은 접시로 쉴 새 없이 오간다.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거 볼 때가 가장 좋은 게 부모 마음이던가. 고기를 잘 먹으니 기분이 좋다. 밥을 많이 먹어야 비로소 먹은 것 같이 느끼는 나는 오늘도 두 공기를 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포만감이 느껴진다. 아들도 아내도 나도 배부르게 먹었다. 빈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물을 틀어 불린다. 남은 반찬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는 처음 손대기까지가 싫지 한번 시작하면 깨끗하게 닦아내는 묘미가 있다. 음식 찌꺼기로 지저분했던 그릇을 뽀득뽀득 깨끗하게 씻어서 잘 마르도록 정렬해 놓는다. 이제야 비로소 하루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이제 씻고 책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면 되겠다. 맛있는 저녁밥과 편안한 저녁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 하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