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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교사의 새해

250303

by StarClu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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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교육법
제24조(수업 등)
① 학교의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



2월 중순이 되면 각 학교에서는 교사 워크숍이 실시된다. 각종 연수와 함께 대부분의 교사를 잠 못 이루게 만들었던 업무분장 결과가 이때 발표된다. 담임 선생님들은 어느 학년 반을 맡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담임반 학생들의 명단을 받는다.


새로 받은 출석부에 담임반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썼다. 일 년 동안 맡은 학생들을 잘 품을 수 있기를, 그 영혼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소중한 무언가를 마주할 때, 그것을 감당할 자신과 그로 인해 드러날 내 안의 부족함을 먼저 생각하는 것처럼.




수업을 준비한다. 수업 분위기는 세심히 쌓아 올려 만드는 공든 탑과 같다. 특히 도덕 과목은 결론이 뻔한 내용들이 더러 있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관계에서의 갈등, 인간의 존엄성, 행복을 누리는 삶, 인생사에서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사는 것의 중요성 등등. 다들 이미 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어쩌면 너무나 익숙한 결론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한 번은 깊게 생각해보아야 하고, 거기에서 끝이 아닌,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는 내용들. 그에 이르는 과정을 함께 천천히 짚어가고, 새롭게 배워가며,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위해 수업을 준비한다.


수업 중간중간 느껴지는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은 함께 공들인 탑을 올라가는 안내자에게 주어지는 희열이자 보답이다. 그들 나름의 '세계를 조망하는 통찰'을 얻는 데 조금은 기여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쁨. 이러한 눈빛을 주고 받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교과서를 펴고 자료들을 만든다.




개학 직전에 다녀온 전시회에서, 작가 조던 스콧의 글에 시드니 스미스의 그림을 입힌 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에 실린 삽화를 바라보았다. 강물이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잔잔하게 흐르는 것처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남들과 다른 자신에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를 바랐다. 그런 마음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며, 교육의 방향을 성찰하는 물음표의 시간.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배우는 사람'이었던 자신을 만나는 연찬의 시간. 그런 의미를 지닌 41조 연수가 이제 마무리되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웠던 기록과 자료들을 들여다보며, 이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뜻깊었는지를 새삼 느낀다. 그리고 이제 그것들을 나누는 일상으로, 가르치는 자리로, 나의 일로 다시 돌아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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