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anda
셋째야, 얼마 전 추석에 유치원에서 강강술래를 배우고 와선, “엄마, 손잡고 강강술래 하자!” 하며 엄마와 빙빙 돌았지? 그걸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 이후로도 신날 때마다 엄마 손을 잡으며 강강술래를 하자는 너.
그때마다 엄마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네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나. 그렇게 서툰 걸음을 걷다가도 신나는 노래가 들리면 너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둘이 손을 잡고 추는 춤은 우리 몸이 기억하는 아주 오래된, 본능적인 움직임일지도 모르겠어.
강강술래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춤이야. 둥근 보름달 아래서 마을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강강수월레~’노래를 부르며 보름달처럼 둥글게 돌았대. 옛날엔 추석이나 큰 잔치가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놀곤 했다는구나. 모두 다 같이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돌면, 그 원 안에선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었대.
그런데 브라질에도 그런 춤이 있다고 해. 이름은 ciranda(시랑다). 바닷가 마을에서 어부들이 일을 마치고 나면, 가족과 이웃들이 해변에 모여서 손을 잡고 둥글게 돌며 노래를 불렀대. 그 원 안에서도 모두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고 웃을 수 있었을 거야.
엄마가 오늘 네게 소개해주고 싶은 노래는 ≪Ciranda≫라는 노래야. 브라질 사람들이 손잡고 노래 부르면서 빙빙 도는 춤이 바로 이 노래의 제목이야.
내가 달리려 하면 시간은 멈추고
멈춰 서서 바라보면 세상은 움직여
다가와서 내 얼굴을 세차게 때리곤 하지
삶이란 늘 이렇게 원을 그리는 춤, 시랑다야
≪Ciranda≫ 가사 중
첫 부분은 멈추었다가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 속 우리의 삶을 이야기해. 그리고 다음 가사에서는 어두운 밤이 지나면 찾아오는 아침의 희망을 노래하고, 우리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삶에서, 울지 않기 위해 함께 노래하자고 이야기해.
소리치고 싶은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모든 말이 목구멍에 걸려 버려
이 많은 싸움이 때론 너무 지치게 해
그래서 우릴 울지 않게 하려고, 노래를 부르지
우린 노래해
우린 노래해
≪Ciranda≫ 가사 중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들고 벅찰 때가 늘 찾아오기 마련이야.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어린아이처럼 춤추고 놀면서 풀어내는 놀이의 장이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 힘들고 지쳐도 예전처럼 함께 모여 웃으며 풀어낼 기회가 없어진 것 같아. 이제는 다들 제각각의 집으로 흩어져, 각자 방 안에서 조용히 눈물 흘리거나, 작은 화면을 벗삼아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세상이 된 거지. 어쩌면 우리는 겉으론 더 풍족해졌지만, 마음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는 건지도 몰라.
천진난만하게 손에 손을 잡고 발을 구르며 추던 춤, 그 속에서 저절로 녹아내리던 슬픔이 이제는 너무도 낯설게 느껴져. 엄마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더 많은 성취나 소유가 아니라, 다시 서로의 마음을 모아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웃을 수 있는 작은 마당 같은 공간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바란다. 네가 엄마 손을 잡고 빙빙 돌며 깔깔 웃는 지금의 마음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네가 살아가면서 힘든 날이 오더라도, 소중한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웃으면서 ‘함께 빙빙 돌며 춤추자’할 수 있기를. 그렇게 네가 소중히 간직한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오손도손 모여 춤추고,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의 무거운 짐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작은 마당들을, 삶 곳곳에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Ciranda≫는 마르시우 파라꾸(Márcio Faraco)가 2004년 발표한 Com Tradição 에 수록된 곡으로, 전통 보사노바 리듬 위에 현대적인 감성이 더해진 MPB 곡이야. 특유의 서정성과 섬세한 기타, 부드러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Ciranda는 브라질의 전통 놀이이자 원형을 이루고 손을 잡고 추는 춤에서 유래한 말로, 공동체의 연대를 통한 회복의 메시지와 ‘다시 연결되기’의 소망이 담겨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