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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춤을 추듯이

Só Danço Samba

by 송영채

얘들아, 너희가 살아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엄마가 어릴 때는 ‘성공’이라 하면 정해진 길이 있었단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전문적인 기술을 닦아 인정받는 것. 그게 마치 공식처럼 통하던 시절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달라. 많은 직업이 AI와 자동화로 사라지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거라고 해.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과거의 방식으로만 너희를 준비시키는 게 맞을까? 엄마는 종종 고민하게 돼.

앞으로 어떤 능력이 더 중요해질까? 혼란스러운 변화 속에서도 너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힘은 무엇일까?


엄마가 찾은 답 중 하나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리듬과 이야기’를 찾아가는 거야. 그리고 또 하나는, 네가 쫓고 싶은 꿈을 찾게 된다면, 그 꿈을 이루기까지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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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겐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 하나 있었어. 그런데 너희가 초등학생이 되고 반장선거에 도전하게 되면서,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지. 엄마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2학년부터 6학년까지, 매 학기에 한 번씩 반장선거가 있었어. 엄마는 그렇게 인기 있거나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기에, 누가 봐도 ‘반장감’은 아니었지. 그래도 엄마는 한 번쯤은 반장을 꼭 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2학년이 되면서부터 용감하게 도전하기 시작했지. 그 결과가 어땠는지 아니? 총 10번의 반장선거에서 모두 떨어졌단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기억인데, 그렇게 자랑스러운 기억도 아니었는데, 엄마가 이 기억을 갑자기 좋아하게 되었다면 믿을 수 있겠니? 왜냐고? 반장선거를 앞두고 낙선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주저하는 너희에게, 엄마가 이렇게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되었거든.


“엄마도 10번이나 떨어졌는데,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다음 학기에 또 도전하면 되지. 엄마처럼 말이야!”


가장 부끄러웠던 도전의 기억이 30년이 지나니 이렇게 너희에게 용기를 주는 보람된 일화가 될 줄은... 엄마도 정말 몰랐단다. 그렇게 연거푸 낙선하면서도 계속 도전하기를 참 잘했다고, 과거의 나에게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동적인 기하학적 추상화.png


미래엔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미래를 위해 어떻게 준비를 해야 좋을까?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은 사실 엄마도 잘 모르겠어. 근데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도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꿈을 성취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는 것, 그리고 그런 태도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지닌 힘이라는 거야.

나는 오직 삼바만 춘다, 오직 삼바만 춘다.

가자, 가자, 가자, 가자, 가자

나는 이미 트위스트를 너무 많이 췄어

하지만, 글쎄… 이젠 지쳐버렸네

칼립소에서 차차차까지..

나는 오직 삼바만 춘다, 오직 삼바만 춘다. 가자.


≪Só Danço Samba≫ 가사 중


1960년대 브라질에 외부의 유행이 몰려왔어. 트위스트, 칼립소, 차차차… 그런 흐름 속에서 탄생한 곡이 바로 ≪Só Danço Samba≫(난 오직 삼바만 춰)야. 스탄 겟츠의 색소폰 연주와 조앙 지우베르투의 속삭이는 듯한 보컬이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지. 이 노래의 가사는 단순하고 리듬은 부드럽지만, 계속 반복돼.


춤추는 형태의 추상적 구성.png


외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브라질 고유의 리듬과 뿌리를 지켜 나가겠다는 귀여운 선언 같지 않니? 계속 반복되는 가사와 리듬을 듣다 보면 마치 춤을 계속 춰야 할 것 같은 주문에 빠지는 것 같아. 그런데 엄마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나다운 길을 간다. 그리고 계속 갈 거다’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


얘들아, 언젠가 너희 마음속에서도 진심으로 하고 싶은 꿈이 생길 거야. 그 꿈을 찾게 될 날을 여기서 미리 진심으로 축하한다. 만약 그 꿈을 찾게 되면, 그걸 향해 계속 나아가면 되는 거야. 실패가 두렵다 해도 멈춰 서지 마.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길이 막히면 돌아서 가면 되는 거야. 도전하는 것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으면 돼. 마치 삼바를 추듯이, 가슴속 리듬에 맞춰서 한 번 더, 한 번 더, 그렇게 나아가면 되는 거야.


삼바처럼, 가볍게, 즐겁게, 꿈을 향해 가보자! Vai, vai, vai, vai, vai!




≪Só Danço Samba≫(나는 오직 삼바춤을 춰)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Antônio Carlos Jobim)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ícius de Moraes)가 만든 곡으로, 1964년에 Getz/Gilberto에 수록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 보사노바 특유의 사우다지 감성보다는 훨씬 더 경쾌한 감상을 전달하는 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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