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이라는 무대에 서서

Nos Bailes da vida

by 송영채

첫째야,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친구가 너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지? ‘근데 넌 왜 그렇게 노래를 진지하게 불러?’ 그 말을 듣고 당황한 너는 ‘그럼 노래를 진지하게 불러야지, 대충 부르냐?’ 이렇게 대답했다고 했어. 우리 그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었잖아.


그만큼 첫째는 노래를 사랑하고, 언제나 그 안에 진심을 담고 싶어 하는 아이란다. 그런 너는 가끔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말해. 그렇게 노래를 마음 깊이 사랑하는 너에게, 엄마는 ≪Nos Bailes da Vida≫(인생의 무도회에서)를 들려주고 싶어. 이 노래는 엄밀히 보사노바 곡은 아니지만, 네게 꼭 추천해주고 싶었어.


삶의 무도회 속에서든, 혹은 어느 술집 안에서든

한 조각 빵과 바꿀 대가로

많은 좋은 사람들이 음악이라는 직업에 발을 디뎠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기 위해서

돈을 낸 사람이 듣고 싶어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

그렇게 시작된 거야


노래하는 건, 태양을 향한 길을 찾는 일이었어

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어

노래하기 위해선 어떤 거리도 멀지 않았고, 모든 게 다 아름다웠지

심지어 흙먼지 나는 비포장도로를 트럭 운전석에 타고 달리는 길도

그게 바로 삶이었어


옷은 흠뻑 젖고

영혼은 세상의 먼지로 가득했지만

모든 예술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해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야겠지


노래하며 나는 나 자신을 비워내

그러면서도 살아가는 것도, 노래하는 것도 결코 지치지 않아


≪Nos Bailes da vida≫ 가사 중


이 노래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꿈의 여정을 걸어가는 이야기가 나와.


KakaoTalk_20251013_142449598_01.jpg


엄마는 이 노래 가사를 들으며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쫓아가는 젊은 시절의 찬란함이 느껴졌단다. 엄마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참 많이 해야 했어. 아무도 챙겨주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책상에 앉아 지식을 곱씹고, 스스로를 점검하며 보내는 일상 속에서 어떨 땐 너무 외롭기도 했단다.


중요한 시험을 앞뒀던 어느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날도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어. 몇 년 만의 폭설로 바닥엔 하얀 눈이 무릎까지 쌓인 날이었지. 깊은 밤 엄마가 길을 나서자, 노란 가로등 불빛이 눈 덮인 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어. 바로 그 순간, 엄마는 공부하며 느끼던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어. 고단한 하루를 마친 엄마를 향해, 하얀 무대 위에서 황금빛 조명이 비춰주는 듯했거든. 이런 기억들 덕분에, 치열하게 살던 그 젊은 시절이 황홀하고 아름답게 엄마 마음속에 남아 있어.


꿈을 따라 사는 건 어떤 걸까? 커다란 무대 위에서 수많은 관객 앞에서 노래하기 전까지는, 어쩌면 무대도 없고 관객도 없이 노래할 때도 있을 거야. 가끔은 외롭고 비참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꿈을 따라가며 젊음을 살다 보면, 그 순간이 가장 황홀한 무대가 되고, 온 세상이 갈채를 보내올 거야.


KakaoTalk_20251013_142449598_05.jpg


지금도 엄마는 너희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며, 짬짬이 글을 쓰고 있어.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 같은 엄마의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기록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 그런 고군분투 속에서 가끔은 이상하게도 슬퍼질 때가 있어. 이런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중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야. 마치 관객 없는 허름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된 것 같기도 해. 하지만 나중에 먼 훗날 돌아보면서 엄마는 또 깨달을 수도 있어. 힘든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엮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이 순간이, 사실은 엄마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너도 앞으로 네 꿈을 따라가면서 많이 외롭고 힘든 시간을 맞이할 수도 있어. 작고 초라해 보이는 무대에서 홀로 노래하는 것처럼 외로워도, 너는 네 삶의 노래를 진심으로 부르면 돼. 그러다 보면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네 열정과 도전이, 그 시절의 너를 얼마나 반짝이게 했는지를.


청중이 없어 슬퍼질지라도, 아무도 네 노래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아 외로울지라도, 너의 소리는 언제나 최고의 청중과 함께할 거야. 바로 너 자신 말이야.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너의 꿈을 따라가길 바란다.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꿈의 빛으로 환히 빛날 너의 앞날을 엄마는 언제까지나 응원할게.


KakaoTalk_20251013_142449598_02.jpg




≪Nos Bailes da Vida≫ (인생의 무도회에서)는 Milton Nascimento & Fernando Brant가 만든 MPB 곡이야. 삶이라는 커다란 무도회 속에서 끊임없이 노래하고 흔들며 사람들과 호흡하는 음악가의 고단함과, 그 속에 숨은 찬란함을 노래했어. 엄마는 Joanna가 부른 노래를 듣고 있는데, 원곡보다는 좀 더 서정적이고, 위로가 더 느껴지는 것 같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