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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너의 삶으로

Se Todos Fossem Iguais a Você

by 송영채

셋째에게,

빨리 언니가 되고, 어른이 되고 싶다는 너, 왜 자기는 계속 이렇게 작은 아기냐며 불평하곤 하는 너, 넓은 세상 앞에서 더욱 작아 보이는 너지만, 언젠가는 너도 훌쩍 커서 세상을 향한 문을 씩씩하게 열게 될 거야. 그렇게 우리 셋째가 삶에 뛰어들 때, 엄마가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어.


≪Se Todos Fossem Iguais a Você≫의 제목은 ‘세상 모든 이가 당신 같다면’이라는 뜻이야. 이 노래는 사랑하는 존재를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순간을 담고 있어. 하지만 사랑을 노래하는 다른 보사노바 곡들처럼 그리움이나 외로움, 혹은 상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무한한 찬미와 응원만을 노래하지.

이 곡은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존재를 향한 사랑을 이 세상으로 확장시키면서 이상향을 그리는 것 같기도 해. 그래서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너를 향한 엄마의 마음 같이 느껴져.


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해.


Vai tua vida, 가거라, 너의 삶으로.

Teu caminho é de paz e amor. 너의 길은 평화와 사랑의 길이야.


5살의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보도블록에 떨어져 있는 작은 곤충을 보곤 걱정하며 눈시울을 붉혔던 적이 있었지? "어떻게 하지? 죽었나 봐." 하며 쪼그려 앉아서 작은 생명을 향한 슬픔을 느끼던 네 모습이 잊히지 않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 조그만 존재에게도 너는 온 마음을 기울일 줄 아는 아이였지. 엄마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서 위로해 주고, 조그만 손으로 정성스레 안마를 해주곤 하지. 지금은 아직 어린 너이지만, 너의 마음은 언제나 이 커다란 세상을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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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예쁜 너의 마음도,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상처를 입을 때가 있을 거야. 그런데 만약 그로 인해 세상을 향한 네 순수한 마음의 문이 닫히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엄마의 가슴이 저며 오는 것 같아. 네 고운 심성을 잃는 건, 세상이 아주 귀중한 보물을 잃는 것과 같을 거야.


그래서 엄마는 세상이 조금 거칠어도, 누군가 너의 마음을 몰라주더라도, 네가 맑은 눈과 따뜻한 마음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우리의 마음이 연약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여린 마음들이 모여 지켜지는 거란다. 네 마음씨는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연결해 주고,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너만의 열쇠가 될 거야.


세상 모든 이들이 너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노래의 가사도 이렇게 흘러가.



세상 모든 사람이 너와 같다면,

사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일까?

공기 속에 한 줄기 노래가 흐르고,

한 여인이 노래를 부르고 있어.

도시는 함께 노래하고, 미소 짓고,

다시 노래하며 간절히 바라고 있어.

사랑이라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태양처럼, 꽃처럼, 빛처럼,

거짓 없이, 고통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아무도 보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날 거야.

세상 모든 사람이 너와 같다면


≪Se Todos Fossem Iguais a Você≫ 가사 중



네가 쑥쑥 자라나 어른이 되면, 온 세상을 너만의 걸음으로 헤쳐나가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을 나누는 날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프고 속상한 날도 많을 거야. 하지만 세상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너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인지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티 없이 맑은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고,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길. 그리고 우리 딸이 걸어 나가는 모든 길 위에서, 너와 닮은 이들, 너의 마음을 알아주는 따스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거짓도 고통도 없이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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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 Todos Fossem Iguais a Você≫(세상 모든 이가 당신 같다면)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aes)가 만든 곡으로, 1956년에 공연한 모라이스의 희곡극인 Orfeu da Conceição을 위해 녹음되었어. 리마스터링 해서 2011년 재발매된 버전을 들으면, 호베르투 파이바(Roberto Paiva)의 맑고 청량한 음성을 더 가까이에서 감상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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