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는 경단처럼 동글동글 사는 것인가
결혼과 출산, 자녀 양육과 교육의 이유로 이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된 여성들을 ❝경단녀❞라고 부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십여 년 전 즈음이었다. 경력단절여성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라는 사실을 이해했지만, 그 시기에 oo녀, ㅁㅁ녀 로 부르는 단어들이 등장해서였는지 경단녀라는 단어는 그리 유쾌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저 단어에서 흘러나오는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마냥 밝을 것 같지는 않았다.
지난해인 2020년부터 《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국가 및 지방단체에서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세액감면의 혜택을 주거나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을 위해 교육을 받을 경우 이러한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정책을 펴다 보니 실제 기업에서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배우 이나영의 극 중 역할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었다. 이혼이라는 가정환경의 변화 때문에 급작스럽게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담긴 드라마였다. 극 중 주인공이 한 회사에 면접을 보는 장면 속에서 현실의 혹독함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면접장에서 결혼 전 어떠한 일을 했고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가정 내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회사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직업포부를 밝혔고 면접을 무사히 마친 것 같은 분위기에서 장면은 바뀐다. 면접관이었던 여성 임원은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일에 매진해 온 사람이었고 그들의 시선에는 경력단절여성이 온실 속 화초처럼 편안하게 보호받다가 이제야 ❛소풍 나오는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하려는❜ 사람들처럼 보였던 것이다. 또한, 함께 면접을 본 청년 구직자 입장에서는 취업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먹고살 만한 아줌마까지 나와서 경쟁률 높인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는 사실을 냉혹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많은 경력단절여성이 시작 단계부터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직업을 구하려는 입장에서는 ‘나는 이런 일을 했었는데, 이런 공부 했었는데, 아이 키우면서 쌓은 내공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취업을 하고자 한다. 하지만 냉혹한 직업 현실에서 그들은 필요에 의한 존재라기보다는 국가에서 추진하는 정책 중 일부로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 많은 여성들이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되고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시 사회에 나가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은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경력이 단절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절은 끊어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일어서려면, 끊어진 경력을 이어 붙이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명확하다. 포기해야 했던 경력 대신 가정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에 기대거나 엄마의 역할이라는 감성적인 접근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꼭 명확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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