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그때는 알지 못했던 몇가지 사실

by 쿙그민

❝ 아 정말~ 팔자 편하고 좋겠다. 누군 이렇게 다시 회사 와서 일하고 누군 사모님처럼 우아하게 집으로 가시고.❞ 대학 동기와의 선약이 있다고 옷차림과 피부를 유난히 신경쓰고 점심약속에 나갔던 선배가 푸념을 쏟아내었다.

❝ 하늘하늘한 살랄라 원피스에 피부는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더라.❞ 라며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 있는 거울로 자신의 피부 상태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는 애들 유모차 접고 펴고 하다가 걸릴까 봐, 입 주위에 초콜릿을 잔뜩 묻힌 아이가 ❝ 엄마~❞ 하며 달려와 쓱 묻힐까 봐, 한 번도 꺼내입지 못했던 옷일 수 있다는 사실을….

팽팽한 피부는 아이들 밥해서 먹이고 나니 밥맛도 없고 해서 애들 재우고 한잔한 맥주 때문 일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얼굴을 통통하게 유지하기 위해 몸의 중심부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지방을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는 알 수 있다

우아하게 집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말끔하게 샤워하고 시원하게 차 한잔하며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결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자녀양육을 이어가면서 직장을 다니는 엄마의 삶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아이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던 상태였다. 다행히 다니던 회사는 양육 환경에 매우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복직 할 수 있었다.


양육자가 바뀌고 나서 낮에 자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아이의 낮과 밤이 바뀌었고, 아이는 새벽 5시 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작은 습관들이 바뀌어 있었고 잠시도 아이를 내려놓지 못할 만큼 울어댔다. 퇴근하고 나면 바로 아이는 내 손으로 넘겨졌고 얼굴을 씻지도 못하고 검은 눈물을 흘려대며 아이를 안은 채 잠이 들곤 했다. 잠시 씻을 동안, 잠시 저녁 먹을 동안 아이를 누군가 안고 있어 주면 좋으련만 남편은 그 당시 해외에 있었고 화면으로 그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는 엄마들이지만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드는 순간은 비슷할 것이다. 아침마다 회사 가지 말라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아이의 손가락을 힘으로 풀어내며 도망가듯 나서는 순간, 아이의 학교에서 학기별 한 번 하는 공개수업에 취소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참석할 수 없을 때, 코로나로 아이들은 집에 있는데 함께할는 수 없고 매번 배달 음식을 시켜줘야 할 때, 아이가 온라인 수업 접속을 못했다는 담임선생님의 연락을 받을 때, 성적이 떨어져가고 걱정되는 생활습관들이 자리잡기 시작하는 자녀를 볼 때


그리고 정점을 찍는 주변인들의 말

❝ 애미가 되어서....자아실현한다고 나가서 자식은 저렇게 고생시키고... 쯧쯧 ❞

❝ 엄마가 일하는 애들은 어딘지 모르게 티가 난단 말이야.❞

모성애라는 명목으로 퇴사는 어쩌면 엄마의 사랑을 표현하는 최선의 가치로 포장되어 가고 있을지 모른다.

직업을 이어가던, 퇴사하던 그 결정은 오롯이 ❛ 나 ❜의 결정이어야 할 것이다. 주변인들의 강요나 어쩔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흘러가듯 던진 사표로는 전업맘의 세계를 버티기 어렵고 또 다른 아픔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는 남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조금은 벗어나야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다니는 엄마도, 그 회사를 그만 둔 엄마도 아이는 똑같이 불러준다.

❝ 엄마 ❞ 라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