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혹시...일 하세요?"

by 쿙그민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면 학부모 모임을 종종 갖게 된다. 아니, 피할 수 없고 꼭 참석해야 하는 약속이 된다. 그럴 때마다 조심스러움이 묻어나지만, 꼭 나오는 질문이다. 어찌 보면 매우 사적이고 물어보기 어려운 말 임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의 이면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매우 편리한 질문이기도 하다.


❝혹시...일 하세요?❞


초등학교 입학 전, 학부모 모임에서는 ❛엄마들 톡방도 만들고 한 번씩 만나서 애들 같이 놀리려고 하는 데 참여할 수 있어요?❜ 라는 의미를 포함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에서 하는 녹색 봉사, 급식 도우미, 도서관 봉사에 참여할 수 있어요?❜ 라는 의미로 날아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장에 다니는 많은 엄마는 그 질문에 동공이 흔들리기도 한다.

중, 고등학교 시기가 되면 ❛아이들 공부에 얼마만큼 관심이 있을지, 입시정보는 얼마나 가졌는지? 그룹 짜서 공부시키면 역할 분담하면서 함께할 여력은 있는지❜ 등을 가늠하기 위한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참으로 해맑았던 시절, 회사를 잠시 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시절에 ❝일, 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회사에 다니지 않지만 일은 하고 있다고 말끝을 흐린 적이 있었다. 그럴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아, 그럼 일 안하니까 여유가 있겠네.❞ 라며 이런 저런 봉사들을 넘기는 분위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회사에 다니는 엄마들은 워킹맘이고, 일을 하는 엄마라는 것이고, 전업맘들은 일을 안한다는 거고 한가하다는 건가?❜ 라며 날이 선 태도로 마음속으로만 투덜거렸다. 어떠한 의미의 질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학교 봉사 순서 정할 때면 ❝제가, 일을 해서 봉사는 못해요.❞ 라며 미안한 기색 없이 당연하게 빠져나가는 상황들이 화가 났던 것이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집안일을 하면서 엄마의 역할을 하는 것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었다. 힘들다는 것의 포인트는 직업을 가지는지 여부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부모의 무게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일을 하던 부모가 되는 것,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힘듦을 알기에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흔쾌히 도움을 주기도 했다. 녹색 봉사를 대신 서주거나, 아이와 같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를 잠시 봐주고 함께 학원 차에 태워주는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어머니들은 감사의 의미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쿠폰을 보내주거나 만날 때 밥을 사주는 보답을 해주었다. 뭔가 고맙다라는 인사를 듣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한 교류를 이어가면서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에 대한 부러움도, 얄미움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부모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이던 공통된 것이었다. 때로는 선배맘들의 뼈아픈 조언들이 도움이 되고, 새로운 육아 장비를 가진 후배맘들의 아이디어가 늦둥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도 한다.


이제, 부모의 역할을 즐겁게,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력에 대한 결과는 노력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을지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엄마로 사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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