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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름다워지는 방법

야생 숲밭의 순환

by Hoho


어제 인과의숲에서 영상을 찍고 있는데 고양이가 후다닥 지나가는 걸 보고 조심스레 다가가서 찍었다.


한 시간쯤 후, 멧비둘기의 털이 우수수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고 그 앞에는 사체가 있었다.


순간 놀란 몸은 굳었지만 이내 컴프리잎을 잘라 멧비둘기의 사체를 조심스레 싸서 땅을 파 묻어준 후 구절초를 올려주었다.


그냥 야생은 그런 것이다. 좋고 나쁨도 없고 그냥 순환하는 것이다. 좋은 것은 우리 밭이 멋진 야생의 먹거리숲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두더지도 고라니도 멧돼지도 고양이도 새들도 뱀도 좋아하는 밭. 그들도 살고 인간도 살아갈 수 있는 터전. 인간이 살아가기에 딱 그만큼의 모습이면 된다.




삶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우리는 수많은 죽을 위기에 직면하면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야생에서의 삶은 그 고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포식자에게 쫓기는 삶,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는 삶. 생물학적 우연에 의해 인간 종이 탄생하고, 우연히 불을 발견하고 우연히 농사를 짓게 되고, 우연히 고도화된 문명을 살아가고 있다.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이토록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삶은 고통이다. 끝없는 욕심이 나를 갉아먹고 만족하지 못하게 하며 우울증에 빠지게 한다. 고통스런 삶을 견뎌내는 힘은 선의이다. 경쟁하고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픈 이들을 돌보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야생을 밀어내고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파괴적 문명으로 뒤덮을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존재하는 법을 찾는다면 고통스러운 삶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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