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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다는 것은

질문하는 삶

by Hoho

큰 꿈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기 위해 상세히 계획을 세웠다.

수첩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계획이 나를 압도하여 오히려 내 몸보다 커진 거대한 존재가 되었을 때, 다시 나는 세상이라는 문 밖으로 나서길 머뭇거리는 어린 꼬마아이가 된다.

작은 뗏목으로 저 망망대해를 건너야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무섭다. 꿈이 있지만 너무 커서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꿈을 꾸는 행복감에만 젖어 살아도 짧은 인생일진데, 꿈이 있어서 두렵다니 모순적이다. 무기력에 흠뻑 젖은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것조차 불안해하는 여린 존재인 나를 안쓰러이 바라본다.


어쩌면 나는 내 느림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마음속으론 하고 싶은 일이 하루에도 수두룩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생각이 느린 면도 있다. 어떤 사소한 경험들을 수백번씩 곱씹는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 '어쩌면 그 사람이 했던 말이 맞을지도 몰라.', '힘들지만 그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이런 류의 생각들이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버리기도 한다. 후회없는 선택을 하고 싶어서. 내 삶이 옳다고 말하는 현자들의 말을 읽는다.


어쩌면 나는 10억을 벌어도, 강남에 건물을 사더라도, 지나가는 모든 이가 나를 알아보는 유명인이 되어도 나를 의심할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내가 원하던 삶이 맞는지 계속 질문할 것 같다.


인생은 그렇게 경험하고, 실패하고, 나를 토닥이며 흘러간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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