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푀유 나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에 하나이다. 일단 간단하고 막상 해놓고 나면 간단한 것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양새가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초록색 야채들, 배추와 청경채, 깻잎을 깨끗이 씻어 켜켜이 쌓고 그 사이사이 샤부샤부용 소고기를 아름답게 집어넣는다. 그것들을 여러 겹 꼭꼭 야무지게도 잘 쌓는다. 커다란 웍에 모양이 아름답게 둘러놓고 가운데에 버섯들로 마무리를 지으면 예쁜 꽃이 핀 것 같이 풍성하다. 웍에 맞추어 꼭꼭 마지막 한 조각까지 잘 채워 넣는 뿌듯함이 좋다.
서랍 정리는 내가 가장 못하는 정리 중에 하나이다. 제 아무리 예쁘게 접어서 차곡차곡 넣는다고 노력을 하여도 한 번 두 번 옷을 꺼내고 다시 넣는 순간 옷가지들이 튀어나온다. 어느덧 서랍은 열고 닫기 어려워지고, 뒤로 옷이 하나 넘어갔는지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다. 결국에는 모든 옷을 전부 다 빼낸 후에, 일일이 다 개고 그것을 열에 맞추어 한꺼번에 동시에 넣고 나서야만 서랍 문이 닫히는 지경에 이른다. 층마다 닫힌 문의 격차로 삐둘빼둘하게 튀어나온 오단 서랍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난다.
가끔은 서랍이 웍이었으면, 옷가지들이 배추와 깻잎이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밀푀유 나베는 어찌어찌 단정하게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인데, 오단 서랍은 문이 닫히지 않게 관리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가 않다. 정리정돈은 늘 내게 숙제와도 같다. 버리지 못해 쌓이고 정돈되지 않아 흐트러지고 결국 흐트러진 것에 발이 걸리고 마음이 걸려서 자괴감에 이르는 늪이다. "제발 입었던 옷을 제자리에 걸어두는 게 그렇게도 힘들어?" 오늘 들은 냉랭한 한숨과 비난 섞인 신랑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저 구차한 변명이지만 그래도 살림에서 내가 잘하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내색하고 싶어 떠오른 밀푀유 나베가 머릿속을 맴돌다 발견한 이상한 상관관계를 기록한다.
밀푀유나베는 차곡차곡 잘 넣겠구만
서랍은 곧 터질듯 튀어나와 힘으로 닫아야한다는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