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면
밤새 조용하게
느릿느릿
발효된 반죽이 반긴다
이리저리 손에 굴려
구워 낸다
익숙한 과정이 주는
기분 좋은 설레임
요즘 식사빵으로
프랑스빵을 굽고 있는데
프랑스빵 레시피를 찾다가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했다
파다 보니 뭐 하나 건진 건지
이제 다른 레시피들은 다 버려야겠다^^
혹시 구워 보길 원하는 분들을 위해
200미리 컵 기준
미지근한 물 1.5컵에
드라이이스트 1 찻술
소금 1.5 찻술
설탕 밥수저 3개를 모두 섞어 녹여준 후
강력분 3컵을 넣고
대충 뭉쳐서(무반죽)
여름 6시간 다른 계절은 8시간 실온 발효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한 후
2차 발효하고(오븐 안에서 발효온도로 40분 정도)
두배로 부풀면 꺼내서 덧가루 뿌리고 칼집 넣기
200도로 굽기 시작해서 부풀기 시작하면
190도로 줄여 준다 (굽는 시간 총 15~20분)
나는 밀가루 분량에
호밀을 3 수저 섞어 주었다
설탕을 넣어준 이유는
이스트를 적게 사용하는 대신
발효 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호밀을 섞어서 구수하고
촉촉 쫄깃하다
샌드위치나 프렌치토스트 마늘빵까지
두루 이용할 수 있다
딸아이와의 티 타임을 위해
딱딱한 과자스런 마늘빵 말고
부드럽게 쫀득한 마늘빵을 만들었다
잘 익은 가을 단호박에
찹쌀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끓여 두고
먹을 때 우유를 넣어 데워 먹으면 좋다
보관시 부피도 적고
큰 냄비나 그릇도 필요하지 않다
몇 끼니 즐겁고 편했다
버터와 올리브유를 동량으로 준비하고
올리고당이나 설탕
그리고 파슬리와 다진 마늘을
적당량 섞어 준다
마늘 섞기 전에 맛을 봐도 된다
듬뿍 바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고
180도에서 10분이면 완성이다
딸아이도 나도
너무 맛있어서
요즘 자주 구워 먹었는데
이 참에 살이나 쪄 봐야겠다
어디서 야유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그러지들 마시라 ~
지독하게 살 안 찌는 사람도
고민이 많은 법이니까... 하하
미니멀라이프 초기엔
모든 소모적인 노동을 비우겠다며
빵 생활을 잠시 접기도 했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 가면
나는 서성거리며
뭘 집어야 할지 몰라한다
그래서
최대한 밍밍한 빵을 고르곤 했는데
단건 달아서 싫고
기름진건 그래서 싫고
소시지가 들어 있는 빵은 짜고
슈크림이 든 빵은
먹을 때만 잠시 기분 좋다가
속이 안 좋고
그럼 어쩌란 말이냐...
아쉬운 놈이 구워 먹는 수밖에
그래도 요즘은
정성과 마음을 다 해 굽는
개인 빵집들이 많이 보인다
양상추는 기어 나와서 ^^
요즘 시장에 많이 보이는 로메인 상추
연하고 물기 많고 쓴맛이 없어서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기 좋다
이렇게 나누어
종이타올에 삼단 접기 해 두면
일주일까지 생생하다
종이타월은 말려서 재사용한다
세상 간단한 아침 준비
샌드위치 먹자고
토마토를 따로 사긴 그렇고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니
방울토마토로 준비한다
이상하게 왜 파는 샌드위치는
그렇게도 짠 걸까
빵도 짠데
소스도 짜서 그럴까
마요네즈
씨겨자 약간
올리고당이나 꿀
고소 달달하게
맛보고 만들면 된다
느끼하지도 짜지도
질리지도 않아서 빵과 잘 어울린다
요즘 하루 한 끼는
샌드위치를 먹는다
준비도 만들기도 정리도
간단해서 좋았다
맛도 정말 최고 !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돈을 위해
나 또한 내어 줄 것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세속에 살려면
돈은 많을수록 좋을 것이고
더 편리한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편리한 시간을 살아
시간이 남게 되면 어떻게 보낼까
무엇으로 그 시간들이 채워질까
과연 시간은 내게 남게 될까?
반죽 없이
대충 저어 뭉쳐 두면 끝
이제부터 나도 반죽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이 마음을 두고 애정하는 것이
한 가지쯤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없을 때
마음은 쉽게 흔들리고
흩어지기 쉽다
마음은 붙잡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다져지는 것이다
풍요로운 삶도
어지럽고 외로운 삶도
모두 다 내 안에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노력해 봐야 한다
노력하는
실천하는... 미니멀라이프
이 말 참 좋지 않나?
아무튼 난 뭔가를 실천하고
노력하는 생활 중이다 ^^
아침에 반죽을 해 두면
저녁에 굽고
자기 전에 반죽해 두면
눈 뜨자마자 굽는다
내겐 빵 사러 나가는 것보다
간단하다... 하하
붙지 않게 나란히 냉동해 두면
여러 날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아무 계획 없이 사는
하지만 단 일분의 무료함도 없는
이런 날들이 내겐 처음이지만
두려움 없는 마음을 갖고
평온한 일상을 꾸려간다
속세의 기준에서
나는 부자가 아니겠지만
난생처음
부족함 없다 생각하는
지극히 본질적인
나만의 시간을 음미해 본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는
내게 주어진 감사한 시간이다
*202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