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less Oct 28. 2022

아난다 사원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에는 두 얼굴의 부처님이 계시다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아난다 사원은 12세기에 세워졌으나, 대지진으로 붕괴된 후 1975년 재건되었다. 네방향으로 9.5m 높이의 부처를 모셨고, 수많은 부조와 장식품으로 가득한 내부 뿐 아니라 경내에서 바라보는 사원의 외관도 아름답다. 


아난다 사원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남쪽 방향으로 모신 부처 때문인데, 멀리서 볼 때는 온화하게 미소짓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근엄한 표정으로 변하는 부처님이다. 예전에는 왕과 귀족들만 사원 출입이 가능했다니 멀리 떨어져 볼 수 밖에 없는 백성들은 자비로운 부처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왕과 귀족들은 엄격한 얼굴을 본 셈이겠다. 


아난다 사원에 들렀을 때는 미얀마에 와서 워낙 많은 탑과 사원을 본데다 슬슬 더위에도 지치기 시작한 참이었다. 아름다운 사원이었지만 큰 감흥없이 남쪽 방향의 부처를 뵈러 갔다. 



멀리서 한 번, 다가가서 한 번 보니 과연 얼굴이 달라보였다. 신기해하며 올려다보다, 거대한 발 밑에 자리 잡고 앉아 잠시 쉬는데,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마음이 무너져내린 것처럼 오열하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 할머니, ... 할머니는 평생 가족들을 위해 절을 다니시며 치성을 드리셨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조금 진정된 것 같자, 뒤쪽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 예법은 우리식과 다르군요. 

미안합니다, 한국식입니다. 

괜찮습니다. 혹시 금박으로 예를 올리고 싶으신가요? 

가르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미얀마에서 한다는 금박공양이 궁금하던 차였다. 남자는 끈으로 묶인 금박 포장 하나를 꺼내 조심스레 금박을 떼어내더니 부처의 발에 붙여나갔다. 이렇게 하는 겁니다. 남자에게서 금박 두 개를 받아 하나의 포장을 풀고 부처의 발에 붙였다. 다시 예를 올리며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실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후로도 한참을 앉아있었다. 근엄하게 내려다보는 부처의 얼굴을 올려다보다 억겹의 금박으로 덮인 발과 작은 불상들을 바라봤다. 금박을 붙여나갔을 사람들의 절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목이 메었다. 


오랫동안 머물고 나서야 간신히 일어섰다. 가보겠습니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사원 밖에서 다시 인사드렸다. 부처는 인자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이전 08화 만달레이 가는 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