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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Jun 29. 2023

아이의 수학 공부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아......"

  "하아아... 아 진짜 왜 자꾸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우리 집 (사)춘기의 한숨은 누굴 위한 것일까요, 분명 수학 문제집을 쳐다보며 수학 문제집에게 한숨을 내쉬었는데, 거실에 있는 제가 땅으로 꺼질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만 집중하고 하교 후에는 책 읽는 아이로 키웠는데, 중학생 되니 '공부'라는 말을 자꾸 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습관을 기르는 과정에서는 불쑥 올라오는 핑계를 견뎌낼 뚝심이 필요하네요. 평소의 일과에 수학 문제집 하루에 N장만 얹었을 뿐인데 불평하는 아이가 불편해집니다. , 하고 올라왔지만 꾹, 하고 눌렀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일찍부터 습관을 잡아주지 못한 게 미안해지네요. 게다가 아이는 사춘기니까 이해합니다.


  아이 옆으로 슬쩍 가보았습니다.

  "우리 춘기 중학생이 되니까 수학 어렵지?"

  "하아아아아아아... 이걸 왜 이렇게 만들어서 왜 풀어야 되는지 모르겠어."

  

  '하아......'

  그냥 뭣도 모르고 하자고 하면 열심히 풀던 일곱 살 춘기가 그리워집니다. 감정적으로 나섰다가는 잔소리 폭격기가 되어 아이에게 수학을 포기할 빌미가 될까 걱정이 스칩니다. 인내를 마음에 새길 시점이 왔네요.


춘기야, 엄마는 어렸을 때 별명이 '일차방정식'이었어.
일차방정식 천재였거든.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 피는 못 속이거든.

 

  이제는 논리적인 설명도, 키도, 힘도 밀리는 엄마는 아들이 수학이 싫어하게 될까 봐 거짓말을 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춘기가 "그래?" 하며 힘을 내는 모습을 보니 콩닥 뛰던 심장도 여유를 찾습니다. 착한 거짓말이 되었네요. 착한 거짓말이 된 순간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새까맣게 잊고 말았어요.


  이틀 뒤, 설거지를 하고 의자에 앉자마자 춘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이것도 좀 가르쳐주세요."

  '아유, 내가 가르칠 게 뭐가 있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아이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아이의 책상에는 일차 방정식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엄마 별명이 '일차방정식'이잖아. 나도 계속 풀다 보니까 엄마 별명을 이해할 것 같아. 재미있어."

  "그... 렇지?"

  "이 문제는 이해가 안 되는데 엄마가 가르쳐 줄 수 있어?"

  "그... 게 말이지."

  이틀 전 아이에게 한 착한 거짓말이 아이에게는 어쨌든 '계속 풀 결심'을 할 계기가 되었지만 이렇게 검증을 받게 될 줄을 몰랐어요. 방법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손가락으로 문제를 한 자, 한 자씩 정성을 들여 읽어 보았습니다. 가급적 천천히. 문제를 다 읽어갈 때쯤 마침 춘기가 "아, 알겠다!"며 유레카를 외칩니다. 제 마음도 기뻐하며 메아리쳤습니다. '유레카!'


  공부가 뭐길래.

  

  문득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 떠오릅니다. 바로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이지요. 홍진경 님은 딸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 문제집을 풀며 공부를 하다가 턱, 하고 막혀 이 채널을 개설했다고 해요. 와, 열정! 그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진경 언니의 열정은 '구독'과 '좋아요'로, 제 열정은 없던 별명을 만드는 '창조 과거'로 튀어나왔습니다.


출처: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얼마 전 춘기의 일차방정식 진도가 끝났습니다. 이제 '일차방정식'이라는 별명은 쓸모를 잃고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지요. (누구든 '일차방정식' 별명이 필요한 분은 별을 따서 쓰세요.) 간사한 사람의 마음도 거짓말을 싹 지우고는 아무 일이 없었던 듯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지요.  

  그런데, 들썩들썩 마음이 다시 움직입니다.


이왕이면 '함수'였다고 할걸!


  춘기에게 수학 공부를 시키려다가 별명이 한 트럭이 되는, 프로 과거 조작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춘기에게 힘이 되었으니 필요한 순간에 또 써먹어야겠습니다. 내 별명은 함수!






  글을 쓰고 있는데, 춘기가 안내장 하나를 쓱- 내밉니다.

  학교에서 보낸 <알리는 말씀>에는 '공부 스트레스'를 주제로 양면을 빽빽하게 채운 글이 있네요. 요약해서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알리는 말씀>은 교육부와 한국정신건강지원센터가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에 의뢰하여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2022년 4월 약 34만 명의 초등학교 학부모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조사 결과, 10명 중 4명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학업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응답했습니다.

  1.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불안: 불안은 피하고 싶은 감정이지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불안을 느끼는 역치 수준(지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2. 자녀의 학습을 현명하게 돕는 방법:
    ① 자녀도 학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② 학습의 양을 늘리고 수준을 높일 때는 자녀와 충분히 소통해 주세요.
    ③ 부모님의 강요보다는 학습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필요합니다. (과정에 대한 칭찬)
    ④ 충분한 수면은 집중력 향상, 장기 기억에 도움이 됩니다.
    ⑤ 성적만이 자녀를 판단하는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없습니다.

  3. 공부의 목표는 자녀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내적인 성장'에 있습니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아이와 소통하면서 자녀의 자존감을 지켜주시고 곁에서 응원해 주세요.


  오늘은 아이에게 더 사랑을 표현하는 하루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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