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한다. 대낮의 태양이 명징한 눈동자. 그 속에 쌓인 세월의 나이테. 그럼에도 매 순간 처음인듯한 순수함. 아이처럼 욕망에 투철하던 솔직함. 쏟아지는 머리카락과 쉽게 웃어주지 않는 점과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과 그 손을 잡기만 해도 내게 배여들었던 향.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에 살아간다는 것과 바라보고 있으면 영원을 믿고 싶게 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생각한다.
나랑 그가 영영 하지 못하게 된 사랑에 대해 몹시 빠른 속도로 상상해보았다. 두려워진다. 울고 싶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이 사람에겐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해버렸다.
뭐가 다른 것일까? 잘 설명할 수 없었다.
겨우 그 이름 하나가...
나의 세계를 만들고 무너뜨린다. 확장하고 좁힌다. 그를 담을 만한 크기로.
첫 순간 그 눈동자에
내 두 발 영영 묶어둔 사람.
문득 서글퍼진다.
원래 다들 사랑이라는 단어 아래 자갈을 깔아두는 거니.
그렇게 아픈 것인 줄 나는 처음 알았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나는..
문득..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