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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Mar 29. 2024

약물치료, 차마 할 수 없었던 이유들

3학년이 되어서도 철수의 상태는 그리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혼잣말을 해서, 혹은 울음 등의 감정폭발로 선생님은 당혹하셨고, 전화가 자주 왔습니다.


약물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우리 부부는 시골학교나 대안학교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ADHD는 병이 아니다"라는 책을 한번 읽었던 터라 약물에 대한 기본적인 부작용은 알고 있었던 때입니다.


꽤 유명한 대안학교에 갔습니다. 그곳 교무실에서 여리해 보이지만 경력이 많아 보이는 여자 선생님과 상담을 하였습니다.


"아이가 ADHD진단을 받았는데 받아주실 수있나요?"


"약물을 먹여서 보내주시지 않으면 받아줄 수 없어요."


"약물은 부작용 때문에 먹이고 싶지 않아요. 약점이 있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 대안학교의 취지가 아닌가요?"


"아버님! ADHD아이 경험이 있는데, 약을 먹여서 수업할 수 있는 건 감사할 일이에요."


속으로 "뭐! 약물에 '감사'씩이나 하라고? 약효가 그리 대단한가?" 생각했습니다.


아마 선생님은 ADHD아이로 인해 학교에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학교 재정도 좋지 않은 상태지만, 먹여야만 받을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모습에서, 어떤 마음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되어 측은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마 과거에 ADHD학생이 수업 중에 소란을 피워 심장이 두근거리는 당혹한 경험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이 경험은 선생님을 'ADHD는 반드시 약물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가둬 버린 듯했습니다. 또 다른 대안학교 두 군데를 갔지만 유사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ADHD 약물치료는 무엇인가?


답답했습니다. "대안학교도 못 가는 판국에 약물치료는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가장 많이 '약물'과 '비약물'을 놓고 흔들렸던 시간들입니다. 약물 관련 카페에 가입을 하고 약물에 대해서 공부를 더 했습니다. ADHD약물치료는 크게 암페타민(애더럴)과 메틸페니데이트(리탈린, 콘서타) 두 종류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메틸페니데이트만 합법이라고 합니다.


약물치료입장에서는 이마 쪽에 자리한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성장이 더딘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약물이 뇌를 건들기 때문에 시냅스,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이런 단어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야 합니다.


성인 뇌 무게는 1.4~1.6kg 정도이며 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입니다. 이 '뉴런'이 서로 연결되고 통신하는 장소를 '시냅스'라고 합니다.


신경전달물질은 뉴런과 뉴런 사이를 오가며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며, 대표적인것으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이 있습니다.


이 물질들은 자체 생성되고 각자의 목적에 따라 사용된 후 사라지거나, 방출했던 신경세포에 의해 재흡수되거나 시냅스 내의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고 합니다.

(*Cleveland Clinic 웹사이트 참조)


도파민(dopamine)은 행동, 기억, 기분 좋은 보상과 동기 부여, 인지, 수면, 각성에 관여합니다.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은 아드레날린으로도 불리며 'fight-and-flight호르몬'이라는 별칭처럼 싸울 때(화나거나)나 도망(무섭거나) 갈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입니다.

세로토닌(Serotonin)은 세로토닌 신경이 잘 발달된 사람일수록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과 행복감을 지속시키는 것이 수월하다 합니다.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재흡수를 막아 시냅스라는 신경세포 공간사이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약물의 작용기전입니다.


도파민이 전두엽에서 증가할 경우, 집중력, 판단력 개선되고, 기저핵에서 증가할 경우 과잉행동, 산만함 개선된다고 봅니다.


쉬운 예로, 사랑의 빠진 남자는 여자친구를 3시간 거리까지 멀리 바래다줘도 지치지 않습니다. 도파민이 활성화돼서 그렇답니다.

 


왜 나는 약물치료를 할 수 없었나?


첫째, 학교를 보내겠다고 아이에게 강력한 마약을 넣을 수는 없었습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마약 분류표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 제약사 브랜드인 RITALIN(한국, 콘서타,페니드)는 스케줄 2로 분류되어 코카인, 펜타닐과 동급입니다.


스케줄 1은 헤로인, LSD, 마리화나 등 최고로 위험 마약으로 의료목적사용도 금지되며


스케줄 2는 의료목적 사용은 가능하나 오남용과 심리적, 신체적 의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마약을 말합니다.


미국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지는 사람이 한해 10만 명을 넘는 데, 이 중 80%가량이 펜타닐 중독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하면 이런 걸 억지로 먹어야 되는 건가요? 초등학교에 이런 약을 먹어야 할 만큼 큰 잘못한 아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주의를 기울이며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여러 분의 아이들에게 코카인을 투여할 것인가? 물론 당신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 중 일부는 뭔지도 알지도 못한 채 코카인을 투여했을지도 모른다! 문제의 약물은 코카인과 약리학적으로 유사한 메틸페니데이트이다.  

메틸페니데이트(*콘서타, 리탈린)와 코카인은 각각 뇌의 같은 수용체 부위로 간다. 메틸페니데이트와 코카인은 과학 연구에서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된다. DEA(미국마약단속국)는 이 사실을 보고했고 또한 메틸페니데이트가 코카인과 유사한 효과를 만든다고 진술한다.

DEA는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는 것은 복용자들이 코카인의 강화 효과, 쉽게 말하면 코카인과 동일한 중독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DEA 의회의 증언에 따르면, "동물이나 인간 모두 동일한 용량의 코카인, 암페타민 또는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했을 때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해서, 그것들은 거의 동일한 효과를 낸다." (출처, No More ADHD , Mary Ann Block 의사)


 

둘째, 약물복용 기간이 보통 수년에 달하고, 부작용에 대한 장기 임상 연구 결과가 없다.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임상 연구결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유튜브로 홍보하는 대형병원 정신과의사들은 하나 같이 안전하다고 하는 데 아무리 뒤져도 몇 년 동안 복용해도 괜찮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오늘날 아이들과 어른들은 10년에서 20년 동안 리탈린을 복용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해 동안 약을 복용했을 때 신체에 미치는 누적 효과는 그것이 1년 혹은 2년 동안만 사용되었을 때와 매우 다르다.

 나는 우리가 이미 정신과 약물의 장기간 사용에 대한 많은 경고를 받았다고 믿는다. 가장 비극적인 예는 미시간 주 폰티악에 사는 14세의 소년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다. 검시관은 그의 죽음이 10년 동안 리탈린을 복용한 결과라고 보고했다. 리탈린의 일반명칭(*회사브랜드명이 아니 일반적 명칭)은 메틸페니데이트이다. (No More ADHD , Dr. Mary Ann Block)


셋째, 부작용의 폐해가 심하다.


대표적인 부작용인 식욕저하와 불면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치명적이고, 인간 기본권의 침해입니다.

약물 치료하는 부모님들이 모여있는 카페 들어가서 '부작용'이라고 쳐보고, 대부분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물론 부작용이 심각한 분들이 주로 글을 올리시겠지만 실상이 이렇습니다. 댓글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 아빌리파이 첫 복용 후 기적처럼 좋아짐->흥을 주체 못 함->대화 시 흥분->갑작스러운 불안+ 우울로 다른 약인 스트라테라로 변경"
" AD 약 처방이 잘 안 듣자 정신과 선생님이 항우울제 처방, 의사 선생님도 방향을 모름"
" 아빌리파이 복용 후 틱이 더 심해짐, 8살 아이가 자살 암시 표현, 하루에 수십 번 울음 발작, 우울 증 증세 "


넷째,  온 가족이 정신과 약물에 약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약물이 효과가 없다면, 부작용의 위험만 가진 셈이 되니 좋지 않고, 약물 효과가 뛰어나면  약물의존을 키울 테니 찝찝했습니다. "나는 약이 있어야 정상적인 기능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아이의 머릿속에 자라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위의 예처럼, 아이가 ADHD약물을 먹고 자살 암시 표현등을 하기도 하는 데, 이런 부작용에 대해 다른 정신과 약물 처방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도 우울증 처방을 추가로 받고, 엄마도 같이 우울증 약을 먹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신과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해결책이 또 다른 정신과 약물이라면,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섯째, 우리는 뇌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과학자들이 10% 정도 뇌에 대해 알아냈다는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말이 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25살까지 뇌가 성장한다고 믿었으나,

90대에도 새로운 뉴런이 생성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며 이런 말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뇌에 관련된 주장은 끊임없이 번복됩니다. 과학자, 의사를 포함하여 우리는 뇌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의사들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부족하다는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 물질들이 몸에 몇 개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어떻게 서로 장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 다른 물질로 인한 간섭은 없는지 모릅니다.


한해 예산이 80조 원이고, 노벨상을 받은 연구원이 168명 달한다는 미국 국립 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도 모릅니다.


누구라도 뇌를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건, 우주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 만큼이나 교만한 주장입니다.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뇌를 함부로 건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 생각과 근거들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메틸페니데이트 약물치료는 안전하다" 합니다. 일부 의사들은 그러지 않을 법도 한데, 도대체 왜 전부 그러는지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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