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는치료사 Mar 22. 2024

ADHD낙인은 어디서 왔는가

 ADHD진단의 주체는 누구인가?


전문의는 약 4시간에 걸쳐 시행되는 검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풀배터리검사가 끝나면 임상심리사가 내린 'ADHD소견'의견을 근거로 자기의 의견을 부모에게 말해줍니다. 이 구조는 대학병원에 가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정신과에 가기 전, 전문의가 우리 아들을 직접보고, 혈액검사 등 객관적인 수치 검사를 하고, 아이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여 의견을 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의 역할은 임상심리사의 'ADHD소견'을근거로 "댁의 자녀는 아이는 ADHD입니다. 약물처방해 드릴게요."라고 얘기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말을 하기까지 전문의가 아이를 본 시간은 최초 방문 시 5분 정도 상담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ADHD진단이 이렇게 쉬운 이유는 정신과를 가기 전의 부모의 생각이 진단의 주요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정신과를 가게 된 이유는, 2학년 끝날까지 아이의 산만함이나 극심한 울음으로 인한 수업방해가 안 고쳐졌기에, 3학년 학기 초 부터 담임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려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인 제가 보기에 우리 아들은 ADHD인 거 같으니, 각별히 신경 써주십시오."보다는


"정신과 가서 검사했는 데 우리 아들은 ADHD라고 합니다. 각별히 신경 써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때 저는 아이가 ADHD라고 단정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풀배터리검사결과는 1)인지(IQ), 2) 사회성숙도, 3) 종합주의력 검사, 4) 사고 및 지각, 5) 정서 및 대인관계(우울증 검사), 6) K-ARS(아이에 대한 부모, 선생의 평가), 7) 종합, 8) 요약(최종의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지 검사에서 아이큐 70~85 사이가 나오는 것을 두고 경계선 지능장애라고 말하는 것은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객관적인 결과입니다. 병원마다 결과가 비슷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K-ARS는 동일한 아이지만 병원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어 주관적입니다. ADHD소견'은 K-ARS를 제외하고 내릴 수가 없습니다. 임상심리사나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서,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K-ARS검사 설문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해 보십시오. 단언컨대, 결단코 ADHD소견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K-ARS는 부모와 선생님이 작성합니다. K-ARS의 4번 문항을 봅시다."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앉아 있지 못한다"는 질문에 부모는 교실에서 상황을 관찰할 수 없음으로 선생님과의 전화상담으로 들은 얘기를 근거로 작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수업에 집중 못하고 너무 산만하고, 불안해서 온 학급이 고통받고 있어요!" 라고 얘기를 들은 '소심한' 엄마라면 "매우 자주 그렇다"에 체크할 수 있고, 저처럼 "남자애들이 다 그렇지 뭐" 하고 남자아이의 산만함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아빠라면 "때때로 그렇다"를 체크할 수 도 있습니다. 엄마냐, 아빠냐에 따라서 점수가 확 달라질 수 있는 것이 K-ARS점수입니다.  


그럼 저들은 도대체 왜 이런 주관적인 검사결과에 의지할까요?


K-ARS에 의지하는 이유


미국에서 ADHD의 선별 및 진단을 위한 도구로 개발된 ARS(ADHD Rating Scale, ADHD평정척도)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K-ARS로 불립니다. ARS는 정신과 의사들이 진단의 근거로 사용하는 DSM(정신장애의 진단과 통계편람,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ourth Edition)이 정의하는 18가지 ADHD행동에 대한 증상을 측정하기 위한 평정척도입니다.


 정신장애의 진단과 통계편람(DSM)은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의사들로 이루어진 위원들의 토론의 의해 작성됩니다.


 Mary Ann Block 이라는 여성 의사가 쓴 'No More ADHD' 책의 한 구절을 보겠습니다.(번역은 제가 했습니다.)

1987년, ADHD는 말 그대로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투표에 의해 생겨났고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에 등재되었다. DSM은 보험금 지급 코드를 할당하기 위한 정신과의 "청구용 성경"(*돈을 청구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권위 있는 책)이다. DSM은 정신과적 장애와 소위 '장애'라 불리는 증상들을 열거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이 책을 쓰고 어떤 행동이나 어떤 행동의 범주가 정신과적 장애인지 결정한다. 정신과 의사 이루어진 위원회가 몇 년에 한 번씩 모여서 한 방에 앉아서 그들이 정신과적 장애로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DSM의 다음 판에 특정 행동들을 정신과적 장애로 포함시키기로 투표한다.

정신질환으로 정의할 객관적인 수단이 없는 '단순한 투표'를 통해 새로운 장애가 탄생하고 그렇게 탄생한 정신 장애질환은 걷잡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를 확대하기 시작한다.  

 

DSM의 고문위원회의 멤버인 가핑클(Renee Garfinkel)은 DSM-3판 작성에 참여했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행동에 대해 특정 질환으로 선정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중 한 사람이"안돼, 안돼, 우리가 그 행동을 증상으로 더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 행동은 더해지지 않았다. 참여한 멤버가 가지고 있는 행동이면 완전히 정상으로 판결한 것이다.


DSM이 멤버들의 주관적 의견에 의해 투표의 결과로작성되니, 이 책의 부산물인 ARS, K-ARS도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진단의 주체는 부모였다.


DSM에서는 부모와 선생모두가 K-ARS를 작성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철수의 경우 부모인 제가 작성한 K-ARS결과만 참고했고, 교사용은 무시된 채 ADHD진단이 내려졌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가 교실에서 문제행동(과도한 망상, 울음, 고성 등)을 하면 아이가 adhd일 수 있으니 약물처방하라고 함부로 말하지 못합니다. 학부모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고, 이런 일로 시비를 걸어오는 부모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도 2, 3학년 담임선생님들 모두 "아버님, 철수 상담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도로 제안하지 "정신과를 가봐라"식의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ADHD 낙인을 찍은 것은 누구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빠인 저 자신입니다.


학부모 의견(K-ARS) 없이는 결코 ADHD진단은 내려지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정신과나 상담소에서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일종의 영업 기밀입니다. 이걸 알면 고객이 줄어들 테니까요. 저들은 어려운 통계 용어와 심리학 용어로 검사결과를 객관적인 척 포장하고, 자신들의 진단이 마치 과학적인양 설명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미국정신과의사들의 생각'이 '정신장애'라고 해서 '장애'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인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아이가 ADHD가 될 수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주관성을 가지고 있기에 ADHD는 가는 병원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고, 오진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정신과질환 중 ADHD만 주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울증도 주관성을 바탕으로 진단이 내려집니다. 추정컨대 전문의는 환자가 우울증 자가진단을 한 결과를 중요하게 보고, 정신과 약물 처방을 할 것입니다.


문제는 어른이 자신을 우울증으로 판단하여,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는 것은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아직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실제로는 부모와 선생님의 판단에 의해 ADHD낙인이 찍히고, 위험천만한 약물을 먹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장기 복용에 따른 위험과 고통은 아이가 직접 가져가야 하니까요.


이런 일로 억울하게 고통받을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모르는 체, 이제는 내 문제는 아니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도저히 없습니다. 그래서 글이라'도' 씁니다.


 * 참고, '때때로 그렇다'로 전부 찍을 경우, 18점으로 ADHD아님으로 결과 나옴

(사이트 링크:  부천시 정신건강 복지센터  http://www.bucheonlove.co.kr/sub.php?menukey=58)


이전 02화 납득이 되지않는 진단과 처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