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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Mar 14. 2024

'ADHD비약물치료'를 쓰는 이유

첫째 아들 철수가 초등학교입학하고 선생님의 전화가 잦아졌습니다.


저는 여러회사에서 해외영업 담당자로 오래 일했습니다. 성취욕이 강한 편인 사람입니다. 성취욕이 강해서 그런지 자기주장이 강하고, 경영학 전공이라서 그런지 따지는 능력이 조금 발달한 편인 거 같습니다.


아이가 둘이 있는데 첫째는 초등학교 현재 4학년(철수 가명 11세), 둘째는 1학년(영희 가명 8세)입니다. 지금은 별탈없이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평화가 쉽게 온 것은 아닙니다.


유치원에서만 해도 별 탈 없이 생활을 잘하는 것 같았던 첫째 철수가 3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옵니다.

"철수가 수업 중 소리를 지르고, 심하게 울었어요!"

혹은 " 단체로 이동할 때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통제가힘드니 가정에서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신경을 써주세요!"라는 취지의 전화였습니다.


이때는 은행원인 아내와 저는 맞벌이였고, 둘 다 회사 일과 육아에 치여 다툼이 잦은 때였습니다. 첫째를 데리고 심리상담도 받아보는 등 노력을 했으나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심리 상담소에서는 철수가 ADHD인것 같다고 거의 확신하며 말했고, 그제야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철수가 2학년이 되는 22년부터 아내는 육아휴직을 이미 다 쓴 관계로 남자인 제가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 둘을 돌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학원, 학교 모두 제1 연락처를 제 번호로 바꾸었고, 밥상을 차리는 것과 청소, 빨래하는 것이 제 과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아내가 오직 여자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엄마라는 이유로 감당했던 선생님 상담 등 정서적 노동들도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휴직 당시, 한참을 승진을 신경 써야 하는 시즌이었기에, 또 평생 안 해 본 살림을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었습니다.


살림을 해 본 친구가 만류하기도 했고, 집에서는 돈을 번다는 이유로 대우를 받고, 회사에서도 웬만큼 자리를 잡고 있던 터라, 익숙하지 않은 가사노동은 안좋아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아내가 첫째를 돌보는 것은 계속 버거울 것 같았고, 아이가 학교를 계속 다닐 수나 있는 것인지 우려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도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주부가 되기로 마음먹으니 속상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화려한 빌딩에서 근무하고, 해외출장 가서 선물도 사 오는 멋진 아빠에서 집안일하는 가사노동자로 신분이 낮아진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로부터 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주부로서의 삶은 제 개인의 전체의 삶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첫째가 밝아져 그렇게 힘들던 학교를 잘 다니게 되었고, 둘째도 건강하게 크고 있고, 우리 부부는 연애하던 때 보다 더 사이가 좋게 되었으니까요.

 

이 책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는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를 버티며, ADHD상담으로 정신과를 다니며, 주부로서 수십 번을 울었던거 같습니다. 아직도 그 터널을 통과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격려의 말이라도,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비약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텐데, 정보부족으로 답답한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았습니다.


아이가 ADHD라는 얘기가 들리면서 수십 권의 관련 책을 읽고, 해외서적까지 보았습니다. 정신과약물에 의지하고 싶지 않았기에 공부를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는 "ADHD = 약물치료"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보통 정신과의사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그렇게 유도하기 때문인데, 제 개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약물치료의 시작과 중간과 끝이 상식적이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증거와 구조적 모순에도 학부모들이 약물을 의지하는 심정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비약물 치료를 고집하시는 분들이 분명 이 땅에 있을 것이고, 따라서 읽는 사람이 백 명이던 열명이던지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네가 뭔데 ADHD책을 쓰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ADHD의 진단과 처방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할 수록 더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그 배경과 내용을 분명하게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보통 지능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처방과 진단이 정신과 약물치료라면, 그것 역시 문제이지 않을까요?


저 아니면 아무도 이런 책을 써주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아마 제가 죽는 날까지 이런 책과 유사한 책은 나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일은 내가 죽기 전에 하고 가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위가 깨지던지 말던지 계란은 던져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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