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문제)의 숲을 지나,
그녀를 '꿈의 다리'로 데려왔다.
이 다리를 건너면 달콤한 열매로 가득한 나무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자기는 꿈이 뭐야?
나의 물음에 아내는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 찾아봐야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와는 많이 달랐다. 찾아본다고 하면서 찾아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블로그도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주식투자도 하면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때, 아내는
직장생활과 아이들 돌보는 것 외에는 무언갈 하려 들지 않았다.
아니, 내가 뭔가를 새로 하려고 하는 것도 막아서곤 했다.
"미국주식 투자하면 돈을 벌 것 같아.."
"주식투자해서 돈 벌면 누가 직장 다녀. 성공하는 건 일부일 뿐이야"
"유튜브를 이런 아이디어 하면 어떨까? 특별히 돈 들것도 없고..."
"유튜브가 쉬운 게 아니래.... 누구 있잖아. 걔도 돈만 날렸대"
당시 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지만, 하나 둘 잘려 나가는 나이 많은 선배들을 보니 회사에 미래를 맡길 순 없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였다. 하지만 아내는 늘 막아서려 했다.
연애 때부터 결혼 7년 차까지 아내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회사를 참고 다니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었다. 회사는 한 달만 버티면 어쨌든 월급을 준다는 것이다.
그녀가 꿈을 놓아버린 이유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실험이 있다. 실험쥐를 박스 안에 넣어두고, 쥐가 볼 수 있는 곳에 먹이를 같이 둔다. 그리곤 먹이와 쥐 사이에 작은 장애물을 설치한다. 쥐는 점프 해서 넘어가면 먹이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점프를 할 때 전기 충격을 줘서 연속해서 방해한다. 그러면 나중에는 전기충격을 주지 않아도, 쥐는 눈앞에 먹이를 두고도 뛰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는 유년 시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당시 최고로 인정받던 회사에 다니던 아버지, 전업주부셨던 어머니와 함께 강남역 근처 자가 아파트에서 이쁨 받던 막내였던 아내. 그녀가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찍 퇴사하면서 살림은 급격히 어려워졌고 부모님들은 자주 싸우셨다. 아버지는 사업, 주식투자 등 손대는 것마다 실패했고, 아내는 돈이 없어 학교아이들과 어울리기가 힘들었다.
아버지는 결국 집을 팔아서 부채를 정리했고, 아내가 살던 집은 강남에서 강북, 강북에서 경기도 시골로 점차 밀려났다. 이 과정 중에 아내는 부자인 친구들에게 사정을 얘기할 수 없었다.
얘기해 봤자 공감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 8 학군에서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형편이라는 건 아내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원을 너무 다녀서 힘든 아이들 틈에, 아내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학원이었다.
그룹과외, 고액과외, 온갖 학원에 거침없이 돈을 쓰는 교육열이 넘치는 도시에서 아내는 낙심해 버렸다. 저렇게까지 투자를 받는 아이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단다. 좌절이다.
어쨌든 자신의 부모님은 새벽부터 노력으로 간 SKY대학을 아내는 가지 못했다. 인서울에 있는 괜찮은 학교를 갔지만 SKY를 나온 부모님 성에 찰리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학교 보내는 것이 돈이 아깝다고 했다고 한다. 또 좌절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계속해서 알바를 지속해야 했다. 준비물이 많은 전공 특성상 돈이 마르면 학교를 다닐 수 없기에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힘겹게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했다.
취업이 힘들어 전전긍긍하는데, 공부 못했던 부자친구들이 해외유학을 갔다 와서 좋은 회사에 하나 둘 취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또 좌절이다.
아내는 반복된 좌절 경험으로 무기력을 학습했다.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는 거짓 믿음이 자리를 잡았다.
"I am not enough(나는 부족한 사람이야...)"
아내의 핵심신념은 "나는 부족해"였다.
정신치료 방법 중에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우리의 생각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고, 감정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치료 방법을 말한다.
즉 사람의 생각을 바꾸도록 도와주면 감정과 행동도 호전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모든 생각의 근원으로 보는 것을 핵심신념(corebeliefs)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절대적인 현실이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다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을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다음, 그 입수된 정보를 뇌 속에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그 사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핵심 신념들이 중요하다. 핵심신념은 나, 다른 사람, 세상에 대한 나의 근본적 믿음이다." 지나영교수, 본질육아 중에서
쉽게 표현하면, 핵심신념은 자신과 세상을 해석하는 주관적 믿음이다. 아들 때문에 본 육아서적에서 아내의 문제점을 배울 수 있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자기 자신의 핵심신념은 "나는 부족하다"였다.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무엇을 꿈꾸겠는가? 무엇을 이루겠는가? 애초에 시합에 참가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값진 걸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야 시합에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합 참가 자체가 위협이다. 힘 있는 기존의 포식자들에게 먹힐 기회만 주는 것 같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내에게 말씀을 들려주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장 8절
성경에 따르면, 우리(그리스도인)가 죄인일 때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혔다. 예수님의 죽음은 죄인을 위한 것이다. 죄 없고 실수하지 않는 완전한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말씀을 굳게 붙잡고 살고 있었기에, 자격 없다는 말하는 아내에게 반사적으로 이 말을 해주곤 했다.
"자기 예수님 믿지? 예수님은 죄인을 위해서 돌아가셨잖아. 부족한 그대로 우리를 사랑했고, 죽음으로 사랑을 증명하신 거잖아. 강남이라는 환경이 주는 메시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으면 좋겠어."
아내는 눈빛은 흠칫 놀라는 듯했다. 이런 말씀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을 처음 본 것 같았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남편인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오해다. 나는 사실 익숙한 대로 배운 대로사랑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나의 모습은 사실 누군가를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우리 어머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내 아버지는 개인사업을 하셨는데, 성실하셨으나 한번 크게 망한 적이 있다. 우리 집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정부미를 타 먹었을 정도로 가난했다. 아버지는 좌절감에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폭력으로 풀었다.
엄마도, 나도 많이 맞았다. 이런 환경에서 교회는 엄마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지옥 같은 삶의 구원자는 예수님이었고, 어머니는 기도에 생명을 걸었다. 평생을 새벽기도에 나가셨다. 기도응답이 안되면 금식기도를 하셨다. 금식해서 아낀 돈으로 교회와 어려운 이웃을 도우셨다.
교회에서는 친절하고 인자한 엄마가 집에서는 그렇지 못해서 시험에 들고, 결국 교회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다. 엄마는 교회에서 집에서 한결같았다. 그런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컸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길어서 한번 끊겠습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