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숲에서 길을 잃다.

by 아빠는치료사


자존감이 좋아지려면, 자존감이 낮은 것부터 인정해야했다.


아내는 자신이 자존감이 낮은 지를 알지 못했다. 자신이 내성적, 차분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단다. 여러 심리학 책과 강의들을 보면 아내는 전형적인 자존감 낮은 형이었다.


그래서 내가 유튜브가 강의나 책을 펼쳐서 보여 주며 증명을 해줘야 했다. 왜 아내는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고 인식하기 어려웠을까?


평소 자기비판이나, 불안 등으로 스스로 낼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작기 때문에 자기를 돌볼만한 힘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존감 낮은 사람의 특징들>

* Chart by ChatGPT


아내에게는 문제를 인정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4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적응을 못했고, 아내는 아들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올 때마다, 당황하고, 곤란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는 학교에서 전화가 와도 "남자애가 뭐 다들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하는 식으로 크게 여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아내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다. 이 스트레스는 아이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품행에 대한 지적이 많아졌고, 아내와 아이의 관계는 나빠져만 간다.


아들은 데스노트를 만들어 엄마의 이름을 쓰기도 했고, 엄마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증거를 남긴다면서, 비디오영상을 찍기도 했다.


이런 아내를 내가 지적하게 되면, 이는 곧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부부싸움으로 감정이 상한 아내의 주특기는 '담쌓기'였다.


담쌓기는 대화를 단절하고, 상대방을 없는 사람취급하는 것이다. 아내는 아들이나 나에게 화가 나면 담을 쌓았다. 그러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사과하면 힘겹게 풀곤 했다.


물론 나 역시 문제가 많았다. 욱하는 성격, 따지는 성미가 있어 아내의 어투가 마음에 안 들면, 쏘아붙이며 따져 됐었다. 아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통제가 너무 힘들 때는 큰 소리로 나무라고는 했었다. 지금은 부끄럽게 여기지만 그때는 문제는 아들과 아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둘 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으로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았고 그래서 자주 싸웠다. 부부싸움으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당시 아내의 가용한 육아휴직이 모두 소진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가 휴직을 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들은 아빠인 나만이 유일한 숨 쉴 구멍이었다. 나와 게임하고, 그림 그리고, 책을 읽는 것만이 친구하나 없는 이 아이의 유일한 낙이었다.


내 어머니가 계신 부산 고향집에 간 어느 날, 아들의 생떼와 고집에 굉장히 화가 나서 나 역시 단절하고 마음의 담을 쌓았던 적이 있다.


잠시 안 보였던 아들은 자기 뺨을 때려 벌게진 얼굴로 큰 방에서 나왔다.


"자해를 하다니…"


전업으로 육아를 하며 상심이 가장 컸던 날이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키우는 데 왜 이렇게 까지 힘들어야 할까?"


아들을 재운 후 마흔도 넘은 나는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 앞에서 엉엉 울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아내는 울면서 내게 말했다.


그날 저녁, 분노와 힘겨움의 눈물을 흘린 나와는 달리 아내는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철수를 아껴 주는 건 온 세상에 아빠뿐인데, 아빠가 미워하니까 온 세상이 무너진 거 같아..."


아내의 이 말이 며칠 동안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 아이의 온 세상이구나. 내가 무너지면 이 아이의 온 세상이 무너지는 거구나."


"내가 상심이 크니까, 아이도 상심이 너무 크구나. 나는 이 아이의 자존감이구나."


반면 내가 '어떤 상황에도' 아이를 단절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 또 자해하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심이 되었다.


자존감이 낮은 엄마가 자존감 높은 아들을 키울 수 있을까?


이 일 후에야 엄마가 자존감이 낮으면 아이의 자존감도 낮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내의 낮은 자존감부터 회복시켜야 한다."

엄마가 먼저 자존감이 회복되어야 자녀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니 부정과 자책이 많은 아내를 먼저 도와야 했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안 풀리던 문제의 해답이 나온 것 같았다. 깨달음을 얻은 그날, 점심시간에 아내가 근무하는 직장으로 가서 말했다.


"아들이 좋아지려면, 엄마부터 마음이 건강해야 할 것 같아. 그러니까. 자기부터 자존감을 회복해야 할 것 같아. 내가 도와줄게..."


무엇이 아내의 마음을 만졌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 간절함이 전달되었던 것 같다.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당시 주부였던 나는 "아내가 나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었다.


집안일과 아이들 양육하는 것이 버거웠기 때문에 당연히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움은 도울 힘이 있는 사람에게 받는 것 아닌가?


나는 자존감이 낮아 에너지가 별로 없는 아내에게 의지하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아내는 우울한 정서를 갖고 오래 동안 살아와서 자존감이 낮은 것과 자신한테 그러하듯이 원망이나 비난의 말을 아이에게 많이 했던 것이 문제였다.


문제를 문제라고 처음으로 인지한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누구나 문제가 있다. 남을 고치려 들기 전에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을 해야 한다.

자신에게 고칠 문제가 없다면, 숲에서 길 잃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문제가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문제를 알면 어디로 가야 할지 다음 행선지가 보인다.


*아빠는 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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