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의 빠른 은퇴와 가치투자
주거방식에 대해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때 유리한 점은 집값 수준, 금리 수준, 주가 수준에 따라서 다양한 옵션(option)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거비에 싼 가격을 지불하고 남은 돈을 주식에 투자해서 배당 수익과 시세 차익을 노리는 식의 투자가 가능하고, 반대로 주가가 비싸고 집값이 싸다면 집을 매수해서 자가에 거주하는 삶이 가능하다.
우리는 거주할 집을 대할 때 상승과 하락이라는 집값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구매를 고려하는데 이런 생각은 바꿀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집값이 상승 추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속 오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미래의 가격은 알 수가 없다.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파이어족으로서 조기은퇴를 바란다면 생활비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주거 옵션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좀 더 유리한 주거방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조기은퇴를 이룬 뒤에도 안정적인 생활 영위 및 자산의 확대를 원한다면 주거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여러모로 파이어족의 원칙에 맞다. 파이어족으로 생활하면서 정체된 자산보다는 늘어나는 자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귀찮지만 않다면 집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 바꿔 보자.
주거의 안정감 같은 정서적인 요소를 제외한다면 집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 값이다. 월세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전월세 보증금 및 자가 매수에 들어가는 목돈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 현금흐름이다. 기회비용을 포함한 (-)의 현금흐름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의 주거에 관한 미션이다.
집을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집값 - 보증금)의 목돈이 손이 들어오고, 매월 월세가 나가게 된다. 매도 후 마련된 목돈을 배당주에 투자해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월세와 비교해 보자. 현금흐름만 계산에 넣었으며 주거 형태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이나 집값과 주식가격의 예상되는 방향은 고려치 않았다.
- 월세비용 > 배당수익: 집을 매도하지 않는 선택이 합리적
- 월세비용 = 배당수익: 중립적
- 월세비용 < 배당수익: 집 매도 + 주식 매수가 합리적
- 월세비용 << 배당수익: 집 매도 + 주식 매수가 매우 합리적
6억 원 하는 아파트를 자가로 보유하고 있을 때, 동일하거나 유사한 아파트를 월세로 들어가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일 때,
(+) 현금흐름: 자가 매도금 6억 원
(-) 현금흐름: 보증금 1억 원
월세 1,200만 원/년
전체 현금흐름: 목돈 (+) 5억 원,
월세 (-) 1,200만 원/년
이제 이 목돈 5억 원을 적정한 배당수익률을 제공하는 주식에 투자한다고 해보자.
배당수익률 3%인 주식에서 오는 배당금은 1,500만 원, 세후로 1,269만 원
배당수익률 4%인 주식에서 오는 배당금은 2,000만 원, 세후로 1,692만 원
배당수익률 5%인 주식에서 오는 배당금은 2,500만 원, 세후로 2,115만 원
배당수익률 6%인 주식에서 오는 배당금은 3,500만 원, 세후로 2,538만 원
배당수익률 3% 이상에서는 배당금으로 월세를 모두 지급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이 남는 금액은 생활비에 사용할 수도 있고 자산 증대를 위한 재투자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필자는 현재의 집값이 절대 낮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가격 하락을 가정하지는 않고 가격 움직임이 없다고 가정하고 살펴본 것이다. 부동산은 무조건 가격이 오르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도 계실 수 있다. 이는 잘못된 통념이고 모든 자산은 가격이 오르내리게 되어 있다.
이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배당수익률 5% 이상이 나오는 주식은 곧 망하거나 사업이 쇠퇴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진짜 내리막길 위에 있는 기업인지,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영업을 잘하고 있는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고성장하는 기업인지를 구별만 잘하면 배당이라는 현금흐름뿐만 아니라 시세차익이라는 큰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
자가와 월세형태를 비교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비교할 수 있다.
위의 예시처럼 6억 원 하는 아파트를 자가로 보유하고 있을 때, 동일하거나 유사한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가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전세보증금 4억 원일 때,
(+) 현금흐름: 자가 매도금 6억 원
(-) 현금흐름: 전세보증금 4억 원
전체 현금흐름: 목돈 (+) 2억 원
앞의 예시에서 자가와 월세의 주거형태에서 목돈 (+) 5억 원의 현금을 배당주에 투자해서 월세 현금흐름 (-) 1,200만 원/년을 상쇄시킬 수 있는 지의 여부에 따라서 주거형태를 선택한 것에 비하면 이 경우는 더 간단하다. 목돈 (+) 2억 원을 배당주에 투자하면 배당금 전체가 (+) 현금흐름이 되기 때문에 딱히 고민할 것이 없다. 심리적인 부분이나, 집값의 방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필자의 배우자는 월세로 살면 인생이 망하는 줄 아는데 절대로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전세금에 묶일 돈을 투자해서 월세로 나가는 돈 이상을 벌면 된다. 일종의 차익거래로 생각하면 된다. 아니면 채권을 발행해서 매월 갚아간다고 생각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자가, 전세, 월세로 거주할 때의 기분이 아니라 경제적 실익이다. 물론 심리적인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자가로 거주하면 좋지만 돈이 많지 않고 조기은퇴는 하고 싶다면 자가 이외 방식으로 거주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가 대신에 월세나 전세 둘 중 하나를 고려하는 것은 집값 상승, 하락, 보합 등의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좀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파이어족에게 더 적합하다. 만약에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경우 보증금을 조절해서 월세를 낮추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활용한다면 더욱 다양한 방식의 주거가 가능하다.
어떤가, 이제 자가 거주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는가? 그렇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