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31
호스피스 병동 사흘 째 되는 날.
오늘의 가장 큰 이벤트는 Picc 시술이다.
PICC (Peripherally lnserted Central Cathter) 말초 삽입형 중심 정맥 카테터
이름도 참 어렵다.
쉽게 말해 혈관이 약해 수액 바늘 꽂기가 어려운 경우에 팔뚝 안쪽 굵은 혈관에 관을 삽입해 수액이나 주사약이 심장 가까운 혈관으로 바로 가게 하는 장치이다. 이것도 어렵다. 그냥 수액 오래 맞으면 혈관이 막히고 부을 수도 있으니 팔뚝 안쪽 굵은 혈관에 줄을 하나 넣는 거다. 호스피스 병동은 기력이 떨어진 말기암 환자들이 많아 감염 예방을 위해 바늘을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가뜩이나 약해진 혈관이 터지는 일이 다반사, 주사 바늘을 찔러대다 온몸이 성하지 않는 경우도 많단다.
엄마도 오늘 팔뚝이 부어올라 바늘을 다시 찔렀다. 몸을 상하게 하는 시술은 최대한 안 하고 싶지만 노인들에겐 부작용보다 효과가 더 좋은 시술이라 하니 고민이 된다. 지난주에도 엠뷸런스를 타고 응급실에 갔다가 채혈하고 수액 맞은 자리가 아직도 시퍼렇게 멍이 남아 있다. 오늘처럼 이틀에 한 번 꼴로 주사 바늘을 바꾼다면 엄마가 더 힘들 것 같다. 형제들과 의논해 오늘 시술을 하기로 한다.
간단한 시술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았나 보다. 수술하는 환자들이 쓰는 파란색 병원 머릿수건을 쓰고 이동침대에 누워 보호자가 따라갈 수 없다는 심혈관센터 통제구역에 들어가는 엄마를 보니, 중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과 오버랩되어 묘하게 불안한 감정이 몰려온다.
걱정과 불안도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20분 남짓 걸린다는 짧은 시술이 이루어지는 사이 병원 간병인들이 요청한 환자 케어 물품과 내 먹거리를 사러 가야 한다. 기저귀, 물티슈, 간병인들이 쓰는 위생장갑이 떨어지기 전에 사두어야 한다. 첫날 먹어본 병원 보호자식에 실망하기도 했고, 삼시 세끼 밥이 넘어가지도 않아 보호자식을 빼달라고 했으니 편의점에 들러 배고픔을 달랠 먹거리도 사다 놓아야 한다.
잠시라도 엄마 곁을 벗어났다가 그 사이에 무슨 사단이라도 날 것 같은 초조함에 병실을 비우기가 꺼려진다. 호스피스라는 이름에 겁을 먹고 나는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중환자실을 떠올린 것은 마음이 쫄아든 나의 오버다. 생각보다 시술은 빨리 끝났다. 1시간이 지나고 엄마를 살피러 온 젊은 의사가 출혈이 없으니 괜찮다고 한다. 다행이다. 엄마 팔에 더는 멍이 들 일이 없다는 것이 작은 안도감을 준다. 병원 사람들에게는 간단하고 사소한 일들인데 나는 처음 겪는 일들이라 그들처럼 태연할 수가 없다. '괜찮다'는 말이 참 고맙다.
그런데 엄마가 이상하다.
어제는 새벽에 깨서 20시간이 넘도록 잠을 안 자 나를 꼼짝 못 하게 만들더니 오늘은 깨지도 않고 계속 잠만 자고 있다. 수액과 약은 잘 들어가고 있는데 어제 너무 오래 깨어있어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걸까. 애꿎은 약봉지와 잠든 엄마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불안한 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