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준비하면서도, 그리고 결혼을 마친 후에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있다면, 비용이 얼마나 들었냐는 질문이다. 직접적으로 총 얼마나 들어? 묻는 사람도 있었고, 스드메는 얼마, 예물은 얼마나 들었는지 자세하고 진지하게 묻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을 조금은 더 진지하게 고민할 나이가 되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역시도 결혼 생각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갈 때쯤엔 결혼한 지인들에게 결혼을 하면 좋은 지부터, 평균적인 결혼 비용을 묻기도 했다.
그렇게 묻고 답을 듣고 난 후에 든 생각은
'난 그만한 돈이 없는데, 못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웃으며 난 못하겠는데~라고 말하면, 그럴 때마다 지인들은
"야, 걱정하지 마. 다 어떻게든 돼.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그땐 다 지나간 일이라서, 또 그들은 조금은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대답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내가 결혼을 하기로 맘먹을 때 내가 가용할 수 있던 돈은 약 1200만 원 남짓이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결혼을 생각한다면 크지 않은 비용이었다.
아내에게는 나보단 더 많은 돈이 있었지만, 우린 처음에 각각 1200만 원씩, 2400만 원짜리 결혼식 준비 통장을 만들었고, 그 통장의 비용으로 결혼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후에 신혼여행까지 다녀와서 우리가 스드메, 결혼식, 그리고 신혼여행 등 쓴 돈을 계산해 보니 4500만 원, 거의 두 배가 되는 비용이었다.
그런데도 우린 모든 일정을 잘 마쳤다.
그리고 돈 때문에 걱정한 적은 있지만, 돈이 없어서 진짜로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다 할 수 있었고, 우린 지금도 또 어떻게 어떻게 잘 살고 있다.
물론 우리가 2400만 원을 가지고, 45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양가에서 결혼식 당일에 드는 비용을 지원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건 명확한 사실이다. 축의금으로 충당이 되고 안되고는 다른 문제이다.
그럼에도 난 돈이 없어도 결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결혼을 하겠다 말했을 때, 우리가 먼저 혹시 경제적으로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 또는 얼마나 도와주실 수 있는지 묻고 요청드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혼을 준비하기에 앞서 계산기를 두들기며 가능한가?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부모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글쎄, 잘은 모르겠다. 정말 힘들게 준비했거나, 식을 작게 올리거나, 못 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돈이 없어서 결혼을 취소하는 결정은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난 그래서 누군가 내게 결혼에 대해 물으며, 그 비용을 물을 때면 나도 말한다.
"다 어떻게든 돼. 충분히 할 수 있어. 나도 했잖아."
넓은 집, 그리고 그 집 안을 채우는 물품들. 화려한 결혼식과 호화로운 신혼여행.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결혼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결혼을 생각할 때, 비용적인 문제를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그랬고, 결혼을 고민하는 당신도 그럴 테니.
하지만 그건 결혼할 결심 다음 문제이고, 함께 해결해갈 문제이며, 해결 못할 문제도 아니다.
당신도 결혼을 하고 후에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 감히 예측해 본다.
"다 어떻게든 돼. 충분히 할 수 있어. 나도 했잖아."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진 않는다.
나도 그랬고, 당신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