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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Jun 23. 2024

프러포즈에선 뭐가 중요할까?

프러포즈 대작전

프러포즈를 하는 데 있어서 뭐가 제일 중요할까?

물론 받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SNS를 보면,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프러포즈를 하고 또 받는다.

명품 가방, 다이아 반지.

다른 세상답게 난 뭐가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없지만

수많은 댓글들이 부러움과 질투를 호소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누가 봐도 좋은 것을 선물하고 또 그것을 고맙게 여기며 기록해 놓은 것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다만, 보여지기 위한 포퍼먼스만 남으니 그것은 모두가 다 아는 문제다.

그래도 나의 솔직한 속마음은 

나도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부러움이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러한 부러움을 숨기거나 어떤 이는 질투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쩌면 나 역시 무언갈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없어서

프러포즈라는 것은 참 안 좋은 거야.라는 삐뚤어진 마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난 결혼반지를 맞출 때, 참 대책 없는 말을 내뱉었다.

결혼반지 맞추러 가는 김에 프러포즈 반지도 하나 사자. 그건 내가 살게.

애초에 결혼반지를 맞추러 간 김에 프러포즈 반지도 같이 골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미 상견례며, 결혼날짜며 다 잡혔는데 프러포즈 꼭 해야 되나?

난 프러포즈에 관해선 어떠한 무드도 또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삐뚤어진 마음이 더 삐뚤어질 뿐이었다.


그래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말까? 계속 고민했고 당연히 그런 날은 기쁘지 않았다.

간혹 아내가 "그래도 프러포즈는 할 거지? 난 뭐든 다 좋아."라고 진담 반 농담 반 섞어서 말하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찔려 그렇게 말하면 하고 싶다가도 더 하기 싫어진다며 모진 말로 너와 나를 찔러댔다.

안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안 하면 그만인데, 또 프러포즈 안 하면 그거 평생 간다는 말을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내 마음은 용감하지 못했고, 또 단호하지도 못했다.

그저 마치 하기 싫은 과제를 해야 하는 학생처럼 푹푹 한숨 쉬고, 짜증만 낸 것이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악물고 안 할 이유가 없는데, 왜 그렇게 고민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을까?'

나의 어리석음이고, 아집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분명히 나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없을 같으니 아예 그 자체를 부정해버리려고 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래서 혼자 다짐했다.

그래 하자! 그리고 다른 것보다 기쁘게 준비하자.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일인데, 억지스러운 마음으로 할 필욘 없으니까.

그렇게 난 내가 한 번뿐인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이곳저곳 장소를 알아보기도 하고, 프러포즈 구성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내가 손수 준비하기로 했다.

장소는 집 앞 원룸이 비어있으니 그곳을 꾸미면 될 것 같았서, 그곳으로 정했다.

방을 꾸미는데 필요한 물품은 인터넷에 차고도 넘쳤다. 그리고 꽃도 근처에 꽤나 유명한 꽃집이 있어서 미리 가서 고르고 날짜에 맞게 픽업하기로 했다. 편지도 마음을 담아 미리 썼고, 옮겨 적기만 하면 됐다.

마음을 바꾸니 하기 싫은 과제처럼 느껴지던 프러포즈 준비는 마치 내가 하고 싶었던 게임의 퀘스트를 하는 것처럼 재밌게만 느껴졌다.

물론 퀘스트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준비 과정 중에 코로나에 걸려서 두 명 모두 집에 꼼짝없이 격리되기도 했다. 프러포즈를 조금씩 조금씩 준비할 시간에 꼼짝없이 격리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프러포즈 당일에 바쁘게 움직였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부랴부랴 나가서 반지와 꽃을 가지고 오고, 또 밀린 일이 있다며 나가서 앞방으로 향했다. 

풍선을 불고 또 불고, 촛불로 길도 만들고, 사진도 뽑아 액자에 넣어 장식했다.

저녁이 되어 갈수록 내 맘은 바빠졌지만, 조급해지거나 그로 인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진 않았다. 풍선을 불수록 머리가 띵해질 뿐이었다.

무언가 한 군대씩 어설퍼보였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미로 잘 꾸몄다.

 집에 돌아와 잠시 완벽히 해가 지길 기다리며, 오랜만에 격리도 해제됐는데 외식하자고 재촉했다.

지금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말로 앞방을 보고 나가자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찌어찌 문을 열어보니 해가 지니 훨씬 근사해 보였다는 사실이다. 여자친구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는지 "뭐야"만을 반복했고, 어색해 괜히 더 장난스럽게 무릎을 꿇으며 "Would you marry me?" 해보았지만,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버벅거리며 일어났던 기억뿐이다.

그렇게 나의 프러포즈는 상상과는 다르게 좀 어색하게 마무리됐다.


이제는 신혼여행도 다 마쳤고, 한집에 사는 것이 익숙해질 만큼 제법 신혼부부다운 우리다.

그래서 프러포즈도 이젠 추억 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아내는 그 후로도 내가 써 준 편지를 몇 번이고 보고 또 보더니 어느 순간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준 꽃만 드라이플라워가 되어 잘 보이는 곳에 걸려있다.


결혼을 준비하며 간혹 사람들이 묻곤 했고, 지금도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묻곤 한다.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어? 난 괜히 멋쩍어서 많이 요약해서 대답했지만, 이 말은 꼭 빼놓지 않고 하려 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기쁜 마음으로 했어. 너도 꼭 기쁜 마음으로 해. 
준비하는 너도 즐거워야 받는 사람도 더 기쁘지. 

만약 더 잘해주었으면, 더욱더 자주 꺼내보고, 많이 이야기하는 추억이 되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했다면, 혹은 끝까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 악물고 안 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억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근사한 장소가 중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또 예쁜 선물이 중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주려한다면, 기쁘게 해주는 편이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우리의 행복이 아닐까?

사랑은 받는 사람도 그리고 주는 사람도 기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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