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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는 되기 싫었는데

by 아름다움이란

어쩌다 카페 사장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선택지 안에 없었던 소상공인으로 살고 있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내려고요.

한 때 꼬마빌딩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에 편승해 꼬마빌딩을 짓기 시작하여, 카페를 운영하는 일상을 공유하려 합니다.


11화 공돌이 커피에 빠지다.




오늘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이래로 가장 큰 찬사를 받으며 비극의 정수라 불리는 작품 '카페나 할까?'를 소개하겠다.


어느 날 소가 개에게 말했다.
'우리 카페나 할까?'
그 말을 들은 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왈왈'
소는 명색이 자기가 한우 투뿔 명품 소인데 대충 할 수는 없다며
적금을 깨서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대출을 받아 집기와 머신을 샀다.
개는 '내가 미소 지으며 꼬리 한 번 살살 흔들면 귀엽다고 소문나서 손님은 줄 설 거야'라는 상상을 했고, 소는 '내가 짜낸 신선한 우유 라테에 한 번 중독되면 누구도 헤어 나오지 못할 거야'라며 자신만만했다. 처음에는 잘 나갔다.
SNS에 ‘핫플’로 떠올랐고, 매출도 꽤 괜찮았다.
오픈발이 끝날 때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강타하고, 외출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카페를 지키는 건 개와 소, 그리고 파리뿐이었다.

너무 슬퍼서 더 이상 스포는 하지 않겠다.
결말은 여러분이 상상해 보시길.


우리는 카페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카페나 해볼까?'

해보지도 않고 카페는 다른 일보다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 해보길 권한다. 그 소리가 쏙 들어갈테니.

또 카페하는 사람을 너무 얕잡아보는 나쁜 생각을 한다.


'개나 소나 다 카페한대.'

한번쯤 생각 없이 던져봤을 말이지만 잘못한 것 없는 개와 소를 비하한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듣는 카페 사장들을 비참하게 하는 위험한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개 입장에서는 참 억울하겠다. 매일 개같이 일하면서, 손님 오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겨주는데 왜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개를 건드리는 걸까?


소도 그렇다. 고소한 라떼를 위해 매일같이 우유를 짜내듯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며 불평 한 마디 없는데 그 수고를 가볍게 치부하다니.


그래서 나는 '카페나 하는 개나 소'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카페를 하자는 남편을 말려야 했기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 치킨집 다음으로 많은 것이 카페이고 현재 7만 개 이상이다.

연간 14,000개가 새로 생기며 3년 생존율은 50%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의 데이터는 나와 달랐다.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367잔. 세계 평균의 세 배가 넘는다.

이제 커피는 기호가 아니 필수재가 되었다.


50%가 망하지 않고 굴러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나? 알고리즘은 우리의 생각을 귀신같이 간파하고 생각에 더욱 확신을 주려고 나에게는 실패담을, 남편에게는 성공담을 끝없이 들려주었다.


나의 핸드폰에는

'계약 기간도 못 채우고 문 닫는 카페들'

'오픈발 끝나기도 전에, 옆 집에 또 카페?' 하는 것이,


남편의 핸드폰에는

'주말마다 줄 서는 카페. 인스타 감성이 있으면 멀어도 와.'

'카페 오토로 돌리고 워라밸 즐기는 사장님'이었으니. 같은 영상이 끝없이 펼쳐졌다.


처음에 잘못 놀린 우리의 손가락이 문제다. 알고리즘의 장난질로 나는 매일같이 '폐업 대란'에 합류한 카페들을 보며 한숨이 늘어갔고, 남편은 '인스타 대박 카페'를 추천받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남편의 고집을 꺽지 못했다. 처음부터 승자가 정해진 게임이었는지도 모른다. 설계단계부터 이미 본인이 직접 카페를 운영할 것을 계산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이란.


아! 갑자기 울컥한다.















결국 카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개나 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7만 개 중 절반만 살아남는다면, 살아남는 곳이 되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한 카페는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 숫자와 체력과 생존이 걸린 전쟁터다. 그러려면 앉아서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릴 시간이 없다. 우아하게 책을 읽는 상상을 하고 있다면 제발 그 상상을 멈춰라.


돈 많은 백수, 알아서 일하는 파이프라인, 말만 들어도 달콤하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본 인생 시나리오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수익이 자동으로 들어온다는 말에 혹해서 시작한 일도 막상 해보면 부지런함과 전략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밤새 머리 굴리는 인고의 시간이 임계점을 지나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거기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다.


세상에 ‘쉬운 돈’은 없고 또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내 삶의 전략이다. 그건 불편한 진실이 아니라 세상이 굴러가는 최소한의 윤리다. 노력 없이는 내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설 리 없다.


“당신은 정말 카페를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냥 카페에 앉아 있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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