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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ntos 1 05화

행복한 크리에이터가 되는 법

마음에 새기는 문장 - 작가 조승연

by 아름다움이란

허세남, 뇌색남으로도 불리며 언어와 역사, 문화에 조예가 깊고, 방송에 종종 얼굴을 비출 때마다 타고난 입담을 과시하는 사람. 문화 전문가, 인문학자, 30여 권의 책을 지필한 작가, 유튜버이기도 한 그는 그 중 작가로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작가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게 되었지만 ‘作’을 영어로 번역하면 ‘크리에이터’예요. 유튜브를 하던, 종이에 쓰던, 사진으로 담아내던 본질은 같아서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라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작가 조승연 님을 소개한다.


어린시절 서재에서 책을 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에 칸트, 괴테의 고전을 읽고 어머니와 토론하는 것을 즐겼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어머니는 강원도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청계천까지 헌책방 나들이를 즐겼다. 그 후 며칠은 책을 읽고 대화를 이어갔다. 어머니의 질문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자연스레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졌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대화하는 문화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이다.


어떤 영문이었는지 조승연 님은 중학교 시절 왕따를 겪었고, 부적응이 계속 될까봐 걱정이 된 부모님은 해외에서 꿈을 펼쳐보라고 유학을 결정한다. 그렇게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뉴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비교적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유학 중 찾아온 IMF는 그를 피해가지 않아, 밤새 컨테이너를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버지가 힘들게 마련해주시는 생활비에 보태야했다. 컨테이너에서 지새우는 밤은 너무 길었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용돈의 일정부분은 책을 사서 읽었는데 오래 읽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책을 골랐다. 이때 읽은 보들레르의 시 속 한 구절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 그 안에서 새로운 것만 발견할 수 있다면!’ 이 문장 안에서 그는 통찰을 경험한다.


그는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한 수준이라 언어 천재로도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라는 도구가 꼭 필요하기에 자신의 지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습득한 언어였다. 여러 언어를 공부하면서 좀 더 쉽게 언어를 습득하는 방법을 찾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책도 여러 권 집필했다.


세상은 정말 거대한 책이다. 방대한 대양을 탐험해 보지 않는 것이 아까워 좀 더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프랑스로 떠난다. 행선지를 프랑스로 정한 것은 단지 유학생의 복지가 좋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동질감을 가진 문화를 알아가는 것보다 이질감을 느끼는 문화에 대해 알아가고 이질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낯선 곳으로부터 인생의 지혜와 처세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그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시험을 위한 공부 때문에 마음 속 문장을 새기는 방법을 잊었다며 안타까워한다. 인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동을 보고 느끼고 모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타인의 지혜를 훔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식을 쌓으면 그 지식으로 인해 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일테니 보이는 길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 그 길 끝에 인생의 목표가 있기에 힘들어도 견딜 수 있고 자신에게 꼭 맞는 인생의 허세를 찾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콘텐츠는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일단 자신이 꽂히는 것이 주제가 되기 때문에 때론 영화가, 때론 역사, 위스키가 되기도 하지만 공통점이라면 그 안의 비하인드스토리다. 그만의 방식으로 들추어내는 이야기는 메인 스토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교과서 밖에서도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살찌게 하는 것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 그동안 미뤄왔던 독서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디지털노마드를 갈망하는 삶,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사유하는 삶,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의 이야기에는 재미와 감동과 깨달음이 있다. 그리고 그처럼 지적 허세를 부리는 삶을 꿈꾸게 한다.




디지털노마드: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신조어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 원격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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