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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ntos 1 06화

취업? 창업? 이제는 창직

만년 꼴찌가 스탠포드 부학장이 되기까지 - 폴 킴 교수

by 아름다움이란

하위 1% 성적의 아이는 학교가 재미없었다. 집에 있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분해하고,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에 재빨리 조립해 놓는 일이 가장 재미있었고 터울이 많은 형과 누나가 보던 해진 책들을 읽으며 사라져버린 뒷부분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시간을 즐겼다. 공부와는 다른 분야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무엇을 하든 그냥 지켜봐 주는 방관적인 부모님 덕분에 주입식 교육에 젖어들지 않고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일찍이 우리의 제도권 안에서 공부하는 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미국으로 떠났고 지금은 스탠포드대학교 부학장이 되었다.


스탠포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라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폴 킴 교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1996~2000년 미국 최대 온라인대학교인 피닉스 대학 최고기술경영자로 재직하다 2001년부터 스탠포드대학교에 몸담기 시작했다. 부임 후 20여 년간 강의를 비롯해 교육혁신 과정 및 프로그램 개발, 실험적 온라인 수업 개발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비영리 국제교육재단인 ‘시드 오브 임파워먼트’를 설립했는데, 그곳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인 질문형 학습 솔루션 ‘SMILE’이 2016년 유엔 미래 혁신 학습 모델로 선정되는 등 교육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공학도가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아직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서툴러 선택했던 음악수업에서 만난 교수님 덕분이었다. 5장이나 되는 음악감상 레포트 숙제에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형용사를 몰라 당황하는 그에게 교수님께서는 한국어로 써도 된다고 배려해 주셨고, 그렇게 숙제를 마치자 영어사전을 찾으며 설명하게 했다. 음악적 감수성이 높은 학생이라는 칭찬과 함께 A의 성적을 받았다.


티칭이 일방적인 가르침이라면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잠재력을 끌어내는 코칭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는 교육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연스레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대학원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해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몇 해 전 폴 김 교수는 ‘교육자로서 걸어온 길이 내가 바랐던 그 길인가?’, ‘나의 이론적 연구가 지금 당장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신음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질문에 답을 찾고자 멕시코를 시작으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교육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 모델을 개발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갔다.


아이들을 능동형으로 성장시키려면 절대 가르쳐주지 않고 발견하게 해야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내고 깨우치게 만들고자 창의적인 질문으로 생각을 유도하는 ‘외계인 학습법’으로 아이들을 코칭했고, 더 빨리 더 많이 자신을 필요로하는 곳에 가기 위해 ‘부시파일럿(경비행기)’ 자격증을 취득하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다. 실험적 온라인 수업을 개발하고 20여 개국을 오가며 ‘국경 없는 교육’을 실천 중인 그는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첫발을 떼기가 어렵다. 하지만 스스로 미안해지지 않으려면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넘치는 시대. 더 많은 스펙을 가지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관을 지니고 꾸준하게 활동했던 것이 만년 꼴찌인 자신이 미국에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엇던 이유라고 강조한다. 일찍부터 미국은 성적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해왔고, 무엇인가 다양하게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하려 하기보다는 하나를 더욱 깊이 알아보려는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 우리의 인재선발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한 줄로 세운 성적을 동반하고 있기에 더 큰 입시 과열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깊이 탐구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리니 세상이 보이고, 교육받지 못하는 약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자신이 가진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도구를 만들며 영역을 개척해 간 폴 킴 교수는 이제는 창직의 시대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창직: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기존에는 없는 직업이나 직종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직업을 재설계하는 창업 활동을 말한다. 도시재생코디네이터, 디지털장의사, 직업체험매니저 등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5,000여 개의 직업이 증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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